생각 꽃, 나와 개
네가 깊은 잠을 잔다
어느 날은 폭신한 네 방석에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어느 날은 창으로 쏟아진 햇볕 조각 위에 몸을 쭉 펴고
새근새근 숨을 쉰다
크릉 크릉 코를 곤다
달그락 부스럭 일상의 소음에 간여하지 않고
다디단 잠에 취한 너를 본다
깊은 잠은 단단한 평화
내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밀려든다
아기 때 너는 작은 기척에도 화들짝 놀라곤 했었다
이제 네게 작은 믿음 하나 생겼나 보다
세상이 안전하다는 너의 믿음이
너의 평화로운 단잠이
나를 울컥 미소 짓게 한다
네가 깊은 잠에 들었나 보다
외출에서 돌아온 나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한다
이불속을 파고들어 깊고 아늑한 동굴을 만들었구나
달그락달그락 장바구니를 정리한다
조용히
그러다가 네가 깨어났는데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까무룩 오후의 낮잠에서 깨어 아침인지 저녁인지 시간은 혼곤히 흔들리는데 아무도 없는 집 안의 홀홀한 정적에 세상에 혼자 남은 두려움이 왈칵 몰려들며 정신없이 엄마를 찾아 고샅을 뛰쳐나가던 나의 어린 날 해 저물녘 그때처럼
너 온몸을 부르르 털더니 내게 정신없이 달려온다
코도 늙고 귀도 늙은 네가 달려와
배를 까고 누우면 나는 너의 부드러운 배를 마구마구 쓰다듬는다
나를 침대로 끌고 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치르는 반가움의 의식을 한바탕 끝내고, 나는 슬프다
너의 깊은 잠이 너의 늙음이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