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신을 사랑하던 날은
창밖에 매화가 한창이었다.
차가움 속에서 피어난 꽃이
여린 아름다움을 지녔듯이
이 마음도 꼭 그러했다.
당신과 함께하던 날은
머리 위에 뜬 태양이
퍽 따뜻하던 날이었다.
가끔은 소나기가 퍼붓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온기는 여느 계절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이 사랑이 깊어지던 날은
이 마음을 물들인 색깔처럼
모든 풍경의 색이 붉게 변하던 날이었다.
하늘의 높이만큼 감정은 부풀었으나
들판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마음은 이상하게 더 고요해지곤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잠시
서로에게서 멀어져야 했던 날은
지난날의 푸름을 잊으라는 듯
세상에는 온통 하얀 것들이 덮였다.
날은 차고 바람은 불었으나
사랑을 나누던 계절을 잊지 않았기에
이 안에 든 마음만은 그래도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