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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r 19. 2021

마음속 사계절

[시]


당신을 사랑하던 날은

창밖에 매화가 한창이었다.

차가움 속에서 피어난 꽃이

여린 아름다움을 지녔듯이 

이 마음도 꼭 그러했다.


당신과 함께하던 날은

머리 위에 뜬 태양이

퍽 따뜻하던 날이었다.

가끔은 소나기가 퍼붓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온기는 여느 계절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이 사랑이 깊어지던 날은

이 마음을 물들인 색깔처럼

모든 풍경의 색이 붉게 변하던 날이었다.

하늘의 높이만큼 감정은 부풀었으나

들판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마음은 이상하게 더 고요해지곤 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잠시

서로에게서 멀어져야 했던 날은

지난날의 푸름을 잊으라는 듯

세상에는 온통 하얀 것들이 덮였다.

날은 차고 바람은 불었으나

사랑을 나누던 계절을 잊지 않았기에

이 안에 든 마음만은 그래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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