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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l 04. 2021

소나기 떨어지던 밤


비가 바람을 만나자

말로만 듣던 '쏴아-' 소리를 내는

소나기가 되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얇은 철판 위에

고운 자갈들이 수없이 흘러가는듯한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생전 이런 소리가 나는 비는 처음이었으니까.


빗소리를 듣다 보니 어쩌면 분명

이보다 크고 매서운 빗방울을

나는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나 사는 동안 휘몰아치는 태풍이

여럿 머리 위를 지났으니 분명 그럴 것이다.

이런 생각이 스치자 마음은 다시

'쏴아-'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오늘의 새로움이란 것들이

어쩌면 모든 것을 너무 빨리 기억하고

또 빠르게 잊어버리는 습관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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