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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an 06. 2022

하얀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하는 깊은 새벽

민들레 홀씨 같은 함함한 눈송이가

창밖에 한가득 떨어져 내렸다.


먹물 위로 떠오르는 별사탕처럼

새카만 밤 사이로 떨어지는

희고 조용한 이야기들은

녹고 바스러지는 것을 저 혼자 반복하더니

어느샌가 발목까지 쌓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귀가 아플 정도의 배기음을

골목 가득 울리며 지나간

몇 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부질없는 나의 고요를 깨트렸고

하얗게 쌓인 것들 위로

어지럽고 새카만 발자국을 남겼다.


오늘처럼 이유 없는 고민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밤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벽 하나의 간극 너머, 차가운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이 조용하고 포근한 이방인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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