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이루지 못하는 깊은 새벽
민들레 홀씨 같은 함함한 눈송이가
창밖에 한가득 떨어져 내렸다.
먹물 위로 떠오르는 별사탕처럼
새카만 밤 사이로 떨어지는
희고 조용한 이야기들은
녹고 바스러지는 것을 저 혼자 반복하더니
어느샌가 발목까지 쌓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귀가 아플 정도의 배기음을
골목 가득 울리며 지나간
몇 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부질없는 나의 고요를 깨트렸고
하얗게 쌓인 것들 위로
어지럽고 새카만 발자국을 남겼다.
오늘처럼 이유 없는 고민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밤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벽 하나의 간극 너머, 차가운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떨어지고 있는
이 조용하고 포근한 이방인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