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을 약속한 자리
하나뿐인 시간의 끈 위에서
매일을 하루같이 기다렸지만
그리던 너를 마주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제는 거센 바람이 불어
너의 시선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그제는 비가 내려
너를 서글프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보다 오래된 어제들은
높다랗게 쌓여가는 눈들이
낮은 거리를 모두 덮어버린 탓에
길을 헤매느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래됨이 낳은 익숙함을 품은 채
오늘도 고목처럼 너를 기다리다가
문득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에
덜컥 눈시울이 붉어져
나는 고개를 숙인다.
다른 무언가 때문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변해 버린 나를
네가 차마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