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누군가에게 수고로움을 안겼으니
떠나갈 때는 그 수고로움을
안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어나던 날 나는 울었지만
나를 보는 이들은 웃었던 것처럼
내가 떠나갈 때도 나의 슬픔이
바라보는 이들의 웃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그러나 시작과 끝만 있는 삶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
그 사이에 반드시, 살아간다는
숭고한 선택지가 존재하기에
나는 이윽고 사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으로 태어난 내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또 내 삶에 황혼이 지는 날
고마운 그대의 얼굴을 보며
마지막 빛을 태우기 위해.
함께 사는 삶에는 고통이 있지만
혼자 사는 삶에는 행복이 없다던
어느 먼 나라의 속담을 읽으니
점점 더 나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듯하다.
내가 살면서 남긴 흔적들이
올바르게 이어져 갈 수 있을지는
지금의 나는 알 수 없지만
훗날 내 삶을 돌이켰을 때
나의 심장은 그래도 따뜻했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용기 내어 고통의 손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