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시끄러운 것은
비단 하늘에 이변이
생긴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삭을 눕힐 듯 세차게 부는 바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춤추는
나긋한 가을비
이 어설픈 조화에도
애정이 느껴지는 것은
그 모든 모습들이
내 안에 심정을 닮아있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밤은 깊어져 가고
내일 아침은 흐릴지, 맑을지
아니면 슬플지, 기쁠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으나
눈이 떠지는 순간에
어떤 결과가 나를 맞이하더라도
그러려니 하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려 한다.
연필 끝을 놀리는 이 와중에도
검게 물든 창밖은
쏴아 하는 소리로
이 방의 침묵을 넘보고 있다.
오늘따라 유독
가을이 소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