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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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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Sep 23. 2022

분리수거


10평 남짓의 빌라를 벗어나

아담한 주택가로 이사를 오니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하나의 과업이 되었다.


오늘은 무엇을 버리는 날인가

내일은 또 무엇을 버려야 하나


재질이 같은 것들을 모아 두고

요령에 따라 정리해서

미리 준비해 놓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 공간을 가득 채우고 만다.


그렇게 오늘도

파란 종량제 봉투와 씨름을 하는데

문득 올가을엔 이것 말고도

버려야 할 것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에 버렸어야 했지만

그리움에, 아쉬움에 버리지 못하다가

내 안에 쌓여버린 퀴퀴한 감정들.


계절마다 버릴 수 있는 마음이 달랐고

정리해야 하는 방법도 달랐는데


내 모습이 새겨진 추억들이

쓰레기라 불리는 게 싫어서

억지로 모른척했던 것들이었다.


다시 한번 파란 봉투를 꽉 묶는다

작은 조각도, 조금의 미련도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게.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이제는 이것들을

문밖에 놓아두어야겠다.


새벽이 지나면

내게 잠시 머물렀던 이 무게들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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