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미술관 예술기행 시리즈
2. 프라도 미술관에 숨겨진 큐레이터의 감각
10년 넘게 들낙달락 했지만, 그냥 쭈욱 둘러보며 ‘아~~’ 하는 수준을 바꾸게 한 건, 두 딸의 시선이었다.
나와는 다른 각도로 그림을 보고 있기에, “티치아노가 그릴 때랑 루벤스가 그릴 때랑” 하며 떠들 뿐이었고 아이들에게는 그림이 이해되지 않음을 감지했다.
그 순간 전문 큐레이터와 아이들을 위한 도슨트는 나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아이들을 그림 속으로 이끌어 갔다. 한참을 뒤에 서서 그 설명을 듣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늘 내려디보던 내 시선이 너무 부족한 점이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화가들은 그림을 내려다 보고 그리지
않는다. 항상 올려다보고 ‘시선’에 따른 빛의 흐름과 구도역학을 고민을 하며 물감의 두께 조절로 좌우의 대칭구조가 어찌되는지를 늘 올려다보며 그려낸다.
그런데 우리는 거만하게도 그림을 내려다본다. 그러니 진정한 색채감과 구도역할을 들여다 보지 못한 채 그림을 왜곡시켜 이해를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은 ‘빛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이해까지 시켜주는 ‘아담과 이브’의 비교 그림, 360도를 바라보는 자를 따라 구도가 따라오는 그림, 스스로의 빛을 통해 주인공임을 드러내는 그림, 빛의 반대 방향에서 볼 때 그 의미를 깊게 느끼게 하는 테네브리즘의 그림 등 많은 그림들이 큐레이터에 의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림을 너무 가까이서 보려 한다. 물론, 물감의 터치와 황금선 기법의 터치 속에 숨겨진 그라데이션의 굴곡과 왜곡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서 인 줄은 안다.
하지만 그림은, 처음에는 멀리서 무심하게 보기를 원한다. 아무 생각없이 그림을 깊게 눈과 뇌에 각인 시킨 후 최대한 근접으로 하나 하나의 붓터치를 보기를 추천하지만 여기서 조심할 건 가까이 다가가면 방금 전 머릿 속에 있던 그 기억을 지우고 거장의 붓터치에 빠져든다. 그러면 그 그림이 어떠했는지 무슨 의미인지를 놓치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보고자 했던 그림을 바라 보았다면 그 그림을 마음에 담고 아까 멀리서 이렇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 부분을 이렇게 세심하게 다루었구나 함을 느끼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이서 다 보았으면 저 멀리 가서 중앙에서 그리고 좌 우편에서 그림의 변화와 세심함 그리고 화가가 말하거픈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한참을 들여다 보면 그림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위해 큐레이터들이 보통 2가지 장치를 한다. 하나는 바닥 타일 중 띠를 두른 것이 보인다. 물론, 보수작업도 있지만 그 황금선 띠가 있는 타일에서 바라보면 그림 속 감추어진 것이 보인다.
그리고 조명이다. 조명이 그림에 베추어 색감과 물감의 깊은 터치가 잘 안 보인다. 이 그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으면 그 빛이 사라질 때까지 뒤로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그 그림의 구도학적 미슬학적 화가의 마음을 드러내려는 큐레이터의 손 길이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된다.
이런 즐거움을 미술관에서 모두 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