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정원은 교과서이다.

스페인 미술관 예술기행 시리즈

by jairo


5.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정원은 교과서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붐부는 곳은 반 아켄이라는 작가의 그림이다. 우리는 이 작가를 히에로니무스 보쉬라 부른다. 엘 보스코로도 스페인에서 부르는 이 화가의 화풍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영화 고야의 유령에서 조셰프 보나파르트가 보면서 나폴레옹의 취향이 아니라 했던 그 장면이 눈에 남는 징면이다. 취향이 아니기에 다행이라 생각한 건 웃음이 내 입가에 그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해석과 이야기를 토해내는 작품으로도 불려지는 쾌락의정원을 한없이 바라보면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면을 다루지 않았지만, 그림을 통해 인간의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해석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그림은 얼굴 표정이나 주변 등장 동물, 새, 식물로 표현하지만, 놀랍게도 보쉬의 이 그림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인생의 희노애락과 무한의 경고가 섬뜩하게 밀려온다. 그리고 그 무서움이 너무 완벽한 체계 속에서 시선을 이끌며 스스로 교육을 이어간다. 바라보는 이는 그림이 이끄는대로 시선을 주기만하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모르지만, 한없이 그림을 시간이 흐르는 순간에 맡기고 뚫러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가서 그 그림을 들여다보며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년, 2년이 넘어가자 그림이 포기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인물의 서 있는 각도와 이유, 동식물이 인물 주변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인물의 내면을 알려주려 한 그들의 위치의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 왔다.


쾌락의정원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현실과 지옥을 들여다보면, 그냥 그렇게 결론지어진다. 그런데 천상을 바라보는 순간 그리고 표지에 등장하는 신이 왜 지구를 그렇게 내려다보는지, 왜 4개의 분수가 쏟아지는지, 왜 물고기가 종이를 들고 있는지, 왜 지옥의 돼지가 종이를 무릎에 올려 놓은 남자를 귀찮게 하는지, 이 모두가 서로 연결고리이다.


그런데, 엉뚱한 삼천포 갔다 온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뭐라 말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바라봐 주는데 그걸 듣는 이들의 고개 끄덕임이 더 화가날 때가 많다.


1800년대 이전의 그림은 공통점을 가지고 움직인다. 글을 모르기 때문에 그림을 멍하니 보기만해도 무슨 뜻인지를 화가들은 알려주고 있다.


현대 세상의 수많은 지식이 우리를 강제로 잘난척하게 하다보니 화가가 가장 쉽게 해 놓은 걸 우리는 쉽게 보려 안 한다. 가볍게 보면 마치 잘못 본 것인냥 시선을 보내게 되고, 아이러니한 건 그 시선에 주눅이 들어 자신을 내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솔직해 지자.


이제 그림으로 가 보자.

천상의 물고기는 다른 구석구석의 등장하는 동식물보다 이상한 행동을 취한다. 그림을 보면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된 원인을 설명한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전혀 다른 생뚱맞은 모습을 그려낸다. 마니에리스모적 변형이 아닌 전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물고기가 책을 읽는 게 이해가 되어지는가? 바로 그 부분이 문제제기이다. 이 물고기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그 답이 지옥의 돼지이지만, 왜 돼지와 힌 사람이 종이를 두고 강압과 주눅이라는게 들었을까?


그것이 중간 현실의 세상이다. 신의 뜻으로 지어진 세상이 맑고 투명하듯, 상단의 강물은 엄청 맑고 투명하다. 그리고 천국의 집에서 쏟아지던 4개의 물줄기는 결국 인류의 4대문명이었음을 설명하는 강줄기가 그려진 이유이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은 탁해진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어디에 있는가? 중간에 인류가 동물을 타고 빙글빙글 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사람이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시계방향은 신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고, 시계 반대방향은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래서 물이 탁해졌고, 어두워진 것이다.


이처럼 쾌락의정원은 문제제기와 결론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그 과정을 하나하나 눈에 보이는 과정으로 보이는대로 이해되게 해 놓았다.


늘 쾌락의정원에서 그림 내용이 아닌 그림 보는 법을 알려준다. 그 다음 그림은 순탄하게 간다. 교과서의 정석을 알게 되니, 모든 그림이 보이는 것이다. 왼쪽부터 시작되어지는 이 과정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면 그림 스스로가 전개방식을 펼쳐 나가는 것이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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