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디디딕~"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의아해 쳐다보는데 티라노가 들어옵니다. 점심시간인데 집에서 밥을 먹고 싶어서 외출하고 왔답니다.
중학교 때는 그래도 급식실에 가서 후식이라도 먹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는 입학식 다음 날부터는 급식을 아예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본관 5층에서 1층까지 내려간 후, 다른 건물로 다시 올라가서 긴 줄을 서서 먹고 다시 5층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겁니다. 어차피 ADHD 약으로 인한 식욕저하로 입맛도 아예 없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런 아이가 세상에, 집까지 밥 먹으려고 온 겁니다. 신이 난 저는 혹시나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티라노에게 제안합니다.
"집 앞에 함께 먹으러 갈까?"
웬일로 환하게 웃으며 좋답니다.
신나서 겉옷을 입던 저는 시계를 봅니다. "그러고 보니 20분 후면 5교시 시작이라 안 되겠네..." 초등학생 때처럼 단둘이 데이트할 생각에 들떴던 건 신기루였나 봅니다. 김이 팍 샙니다. "그냥 집에서 간단히 얼른 먹고 가야겠네." 그러고 서둘러 간단식을 차려줍니다.
오늘은 티라노가 유일하게 다니는 교과 학원인 수학 학원에 가는 날입니다. 학원은 오후 6시까지입니다. 오후 4시 10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티라노는 여느 때처럼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다음 수순은 침대나 소파, 또는 대형 곰돌이에 드러누워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라? 갑자기 학교 가방에서 숙제를 꺼내더니, 책상으로 가서 숙제를 하기 시작합니다. 학원 숙제를 학교에서 미처 다 못해서 지금 빨리 해야 한다면서 말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꿈인가 생시인가 얼떨떨한 저는 마음이 변할 새라 조용히 거실에서 말도 안 걸고 내버려둡니다.
최근 각각 다른 날에 꾼 꿈을 써보았습니다.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티라노는 초등학생 때까지는 저와 단둘이 빵집, 카페, 이탈리아 식당 등으로 단둘이 데이트를 자주 다녔습니다. 애교가 많고 엄마인 저를 유독 따르는, 정말 딸 같은 아들이었거든요.
그러던 아이가 사춘기가 오더니, 저희와는 집 밖에 아예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친구가 있던 때에는 친구들이 부르면 금세 달려 나갔지만요.
작년인 중3 1학기 중간고사를 끝으로, 집에서는 수학숙제마저 하지를 않는 그런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아이가 고입을 앞둔 겨울방학, 지금 다니는 학원 레벨테스트를 앞두고는 반년여 만에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과몰입하며 수학 1 공부를 미친 듯하는 모습을 잠깐이지만 보았습니다. 벼락치기한 수학 1 덕분에 최상위반에 합격을 하였지요.
그러고는 그 모습은 10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거의 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그리운 모 습들이 꿈에 나왔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행복한 기억을 기억하고 싶어서 글로 담아 보았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한발 떨어진 지금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릴 겁니다. 티라노가 돌아왔을 때, 엄마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