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기획부터 책이 출간되기까지
안녕하세요. 혼합형 ADHD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용한 ADHD 현직 과학교사 그림크림쌤입니다.
오늘은 이 브런치북 기획부터 투고와 책 출간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 브런치북을 기획하게 된 의도는 고등학생이 된 저희 아이 티라노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티라노가 우리 몰래 게임머니(현질)를 10만 원이나 한 사실을 알게 된 제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이 폰에 망치질하듯 부수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저는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한심하게 시간을 버리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있던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온 저를 원망하며 얼마나 후회했나 모릅니다.) "게임이라는 한심한 일에 시간뿐 아니라 거액의 돈까지 몰래 썼다고?"라며 당시의 저는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렇게 제 손으로 망친 부모 자녀 관계를 각고의 노력 끝에 겨우 회복한 상태로 아이는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방학, 아이가 긴장되는지 이유 없이 갑자기 말도 못 붙이게 합니다. '이제 어떻게 마음을 읽어주고 행동을 바른 방향으로 교정해 주지?' 고민합니다.
'전하고 싶은 말을 전부 써서 티라노에게 검토를 부탁해야겠다! 브런치북에 연재하며 검토를 부탁해야지!'
말대신 글로 전할 '중학생 교우관계, 중학생 공부법'의 내용을 담은 두 개의 브런치북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한 김에 혹시나 싶어 브런치북 시즌 1의 연재 시작과 동시에 몇 군데 출판사에 투고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과 협업을 많이 한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고요.
원고를 1장부터 쓰지 않고, 티라노가 꼭 읽었으면 좋겠는 단원부터 집필했습니다. 티라노가 ADHD라서 분명 끝까지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티라노, 엄마 책 교정을 도와줄 사람은 너뿐이야! 너 논술 수업 때 잘 쓴다고 칭찬 많이 받았었잖아. 엄마는 제대로 된 글쓰기 훈련을 못 받아봐서 네가 꼭 필요해!"라면서 일부러 저를 더 낮추고, 아이를 띄워주었습니다. 꼭 읽게 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통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읽다가 중단되었지만, 결국엔 꼭 읽었으면 좋겠는 부분은 전부 읽었습니다.
티라노는 활화산처럼 두렵다던 공부책상에 매일 앉아 하루에 하나씩 제 원고를 검토해 주었습니다. 모의고사에서도 국어는 풀지조차 않고 찍고 자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어릴 때 하던 한글학습지와 논술수업, 읽은 책들의 저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맞춤법이 헷갈려 물어보면 정확히 알려줍니다. 글 흐름이나 어색한 문장도 티라노가 의견을 준대로 고치면 나아지곤 했습니다.
이렇게 평점도 매기며 저희를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평점은 높은 것들만 올렸습니다. 낮은 건 2점 대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제가 쓰고, 티라노가 고쳐준 <ADHD 교사엄마가 ADHD 아이에게 전하는 학교생활백서> 원고가 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책 모양으로 디자인도 마쳤고, 현재는 표지 디자인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실망시키지 않는 책이 될 것입니다.
40여 년 제 모든 ADHD 극복 노하우를 전부 담아내었습니다. 오랜 시간 중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하며 깨달은 교우관계와 공부법 노하우도 함께 엮었습니다. 아이가 ADHD이거나 사춘기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입니다.
세상에 제 실명을 걸고, 저희의 ADHD를 커밍아웃할 수 있었던 건 전부 단 한 번도 저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지 않은, 수준 높은 구독자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