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아 ADHD로 태어난 내 아이에게 전하는 메시지
저는 인간관계 상처가 참 많습니다. 내가 ADHD라 그랬던 거였단 걸 알게 된 지도 고작 2년입니다. 말도 안 되는 시기질투도 얼마나 많이 받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스레드에 시기질투받은 이야기 몇 개를 올렸더니, 사람들이 그럽니다. 제가 받은 시기질투가 상향이 아닌 '하향질투'랍니다. 즉, 평소에 깔보고 무시하던 사람이 갑자기 본인 수준으로만 치고 올라와도 질투심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니 본인 기준보다 더 올라갈 때는 더 했겠지요.
윗집에 갓 돌 지난 아들, 초등학생 아들, 그리고 소음에 매우 예민한 개가 이사를 왔습니다. 처음엔 선물세트를 사들고 와서 매우 정중하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두 번째인가 마주쳤을 때부터 절 쳐다보는 표정이 미묘하게 다름을 느꼈습니다. 알고 보니 윗집 여자가 제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제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 어떡하니! 내가 동창이라 이제 민원도 못 넣겠네! ㅎㅎ"
어이가 없어 대답을 안 했더니 저 말을 2번이나 반복합니다. 동창임을 알게 된 저 순간부터 태도가 180도 돌변했습니다. 기존의 하루에도 몇 시간이고 뛰어다니는 아기, 하루 종일 짖어대는 개뿐 아니라 '어른들 발망치와 서랍이나 문을 세게 쾅 닫는 소리'까지 추가되었거든요. 동창임을 안 이후로 층간소음이 더욱 극심해진 겁니다. 서랍이나 문을 닫을 때마다 저희 집 천장 전체가 흔들립니다. 아무리 사정하고 부탁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제발 조금만 조심해 달라고, 너무 많이 힘들다고 선물까지 쥐어주며 사정사정했더니 제게 대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예민하네. 애가 뛸 수도 있지, 뛰면 얼마나 뛴다고."
"왜 하필 집에서 일하니. 하."
학교에서 보던, 전형적인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님들이 하던 멘트(치고받고 싸우며 크는 거죠. 뭘 이런 걸로 신고를 해요)와 같은 말을 해서 놀랐습니다. 천장이 흔들릴 정도로 하루에 수십 번 이상을 뛰어다니거든요. 아침 3시간. 퇴근 무렵 2시간 내내 쉴세 없이 여러 크고 작은 소리와 천장 진동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덕분에 30년 넘게 공동주택에 살면서 경비실에 전화라는 것도 처음 해보았습니다.
경비실에 전화를 넣으면 이렇게 말한답니다.
"자꾸 전화하지 말고 올라오시라고 해요!"
"자꾸 전화하면 그나마 깐 매트도 치우는 수가 있어요!"
"그냥 경찰에 전화하라고 해요!"
경비 아저씨들이 혀를 훼훼 내두릅니다. 사람들이 앞뒤가 너무 다르다고, 인성이 안 좋은 분들이라고 제게 대놓고 그럴 정도로 어르신인 경비 아저씨에게도 함부로 대한답니다.
그 동창이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구석에서 공부만 하던 소심하고 가난했던 중학생이 아니란 것을 말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저는 '발전'이라는 걸 했거든요. 극 I였던 중학생 그림크림은 중년에는 E가 되었거든요. 무슨 일을 당해도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었거든요. 하도 당하다 보니 심리 공부를 많이 해서 이제는 첫인상만 보아도 어떤 사람인지 구별된다는 것을요. 대화를 몇 마디 나누어보면 상대의 방어기제와 심리 수준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요.
그래서 전 이렇게 대응했습니다. 층간소음 기록지를 일주일 치 이상 확보했으며, 70 데시벨 이상이라는 녹화 증거본도 확보했음을 전해달라고 경비 아저씨에게 말을 흘려두었습니다. (참고로 층간소음 낮 시간 신고 기준이 39 데시벨이며, 70 데시벨은 시끄러운 청소기 소음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윗집에는 절대로 찾아가지 않을 거다, 혹시 법정까지 가게 되면 제게 불리하다고 하더라, 다시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흘려두었습니다.
윗집에 주도권을 뺏기며 끌려다니지 않을 겁니다. 행동도, 마음도 말입니다. 윗집이 아무리 뛰어도 화내지 않을 겁니다. 차분히 법적 선을 절대로 넘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할 겁니다. 전 보복 따윈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일을 앞두고 나쁜 마음씨를 먹으면 안 되니까요. 그러면 무례한 윗집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되는 셈이니까요.
제 마음은 오로지 저만 지배할 수 있습니다. 제 마음은 온전히 제 것이니까요. 제 마음을 윗집 부부가 함부로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그 어떤 무례한 행동이나 층간소음을 유발해도 흔들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줄 겁니다. 부정적 쳇바퀴를 제가 얼마나 힘들게 멈추었는데. 긍정 회로를 돌리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데. 저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게 멈춘 제 부정적 쳇바퀴가 다시 돌아가게 둘 순 없습니다.
하필 저는 과학교사입니다. 게다가 과학에 과몰입이 심한 ADHD인 과학교사입니다.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상황을 본인 유리한 쪽으로만 돌리려 하거나, 경비 아저씨나 아랫집 같은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한껏 강해지는 저런 강약약강인 사람 앞에서는 절대로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며 원하는 행동을 보여선 안됩니다. 주도권을 쥐려고 일부러 상대의 발작 버튼을 누르거든요. 그러니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절대로 흥분하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흥분하는 사람이 집니다. 흥분하면 부정적 정서를 관장하는 편도체 과활성화가 일어납니다. 이는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리게 되고요. 상대가 아무리 발작 버튼을 누르더라도 절대로 흥분하면 안 됩니다. '네 수가 뻔히 보이거든? 너 그 정도 심리 수준인 사람이었구나?' 정도로 여기면 그뿐입니다.
티라노야, 넌 강약약강이 되지 말거라. 강자에겐 한없이 강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런 '강강약약'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네 주변에 강약약강이 아닌,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거든. 상대의 현재 모습이나 상황만 보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 상대가 그간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 겉모습은 좋지 않아도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과 강점을 봐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해.
모든 사람을 소중히 대해야 해. 단, 너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해.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나쁜 마음씨를 가지고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의도적으로 조작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 명심해. 엄마는 이 사실을 40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넌 엄마보다 빨리 알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