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조규미 <첫사랑 라이브>를 읽고
따뜻한 말과 시선의 선순환
소설을 통한 성장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 중 일부로 조규미 <첫사랑 라이브>를 발췌독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당시 수업의 주제는 '소설 읽고 대화하기'였다. 다음은 공개수업 시에 내가 작성한 수업 소개이다.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구성하였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아이들이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책과 관련하여 타인과 이야기해봄으로써 학생주도의 책 읽기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책의 일부를 발췌한 것과 내용 질문, 생각 질문으로 구성된 학습지를 통해서 학생들이 인물에 자신을 투영해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를 친구들과 나눠볼 수 있도록 하였다.
책은 ‘첫사랑 라이브’를 선정하였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여섯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성 교제에 관심이 많을 아이들을 고려하여 책을 선정하였고 아이들이 인물에 투영하여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며 자신과 타인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활동을 구성하였다.
지난 학기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하며 보완해야겠다 생각한 점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질문 만들기를 하는 활동이었다.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은 주제나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하였는데 처음에 단순히 소설의 내용을 확인하는 사실 질문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교사가 질문을 만들어 이끌어 주고 모둠별로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1시간 가진다면 학생이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 수업을 계획하였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충분히 생각하고 대화 나누길 바라는 의도로 질문을 구성하였는데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하는 적정한 질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학습지에 나타난 질문뿐만 아니라 수업 중 발문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적절한 발문을 통해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고 질문을 통해 학생의 답변에 적절한 피드백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사랑'이 수업의 중요한 키워드였기에 이미 키워드만으로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내용질문으로 텍스트를 이해한 후 던진 첫 번째 생각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충효’가 ‘서영’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그러한 감정은 소설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나요? 밑줄을 그어보세요.)
아이들은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인물이 어떤 대사와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지를 찾아내었다. '이러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이러한 행동에서 인물의 이러한 감정이 드러나는구나.'를 찾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생각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2. 다음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를 골라서 쓰고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1) 다른 사람을 좋아할 때 나는 어떤 행동을 보이나요?
(2) 다른 사람을 좋아할 때 나는 어떤 행동을 보일 것 같나요?
(3)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커플이 되자 마음이 무거워진 경험이 있나요?
소설 속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고 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스쳐 지나갔던 경험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이러한 질문을 구성하였다. 인물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나라면'이라고 가정해보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였다. 책을 읽고 '그랬구나.'가 아닌 '나는 어땠었지?',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질문이었다. 터 놓기엔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또 친구의 순수한 고민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러한 수업을 바탕으로 다른 책들도 아이들이 읽으면서 소설과 관련된 질문을 만들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대화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랐다. 소설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고 그 감정이 표출되는 사고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그리고 인물의 대사와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아이들이 소설을 통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이 '자아개념'이다. 자아개념은 주관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견해로 개인의 내부에서 자생하는 것이 아닌 타인이 주는 '나'에 관련된 메시지에 의해 형성된다. 즉 타인이 주는 피드백에 의해서 자아개념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에 자아 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부모, 교사 친구 등)을 중요한 타인이라고 한다.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주위의 말들을 아이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의 피드백이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설의 말미에서 '내 짝을 부탁해'를 진행하던 지평이가 자신 없는 말을 했을 때 진희는 이렇게 이야기해 준다. '무슨 소리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나는 중간에 포기했을 거야. 너는 너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이를 들은 지평이는 '내가 진희한테 돌멩이였다고? 그것도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희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나에 관한 생각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충효와 서영이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서영이가 충효에게 '너 엄청 섬세해.'라는 말을 하자 충효는 섬세한 것이란 무엇일까 하며 서영이의 말을 곱씹는다. 나의 칭찬과 피드백 한 마디, 툭 지나가는 한 마디가 타인의 자아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단순히 타인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따뜻한 시선과 말이 어떻게 선순환되는지를 보여주어 따뜻한 시선의 온기를 독자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사랑이란?
1차시 수업으로는 부족하여 마지막에 삭제했던 질문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른 시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았는데 비유법을 막 배운 아이들은 정말 창의적인 답변을 떠올리고 발표하였다. '사랑이란 퍼즐이에요. 맞추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입니다.'와 같은 대답이 많은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나왔던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사랑이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할 때는 비이성적인 상태인데.. 즉, 이성적인 것을 포기하게 될 때인데 그래서 사랑은 내가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였다. 깊이 생각한 후 한 대답이 아닌 와인 한 잔에 내뱉은 이야기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한 후 답을 내려고 했는데 그때 툭 뱉은 말이 마음에 들어서 적어놓았었다. 언젠가 또 다른 정의를 생각해내기 전까지는 이렇게 적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