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달빛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달빛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해 겨울,
몸 여기저기로 통증이 퍼졌다.
가시가 어깨를 찌르고
눈과 머리까지 조여왔다.
괜찮아지는 건 잠시,
일상이 흔드리고 있었다.
해가 지면 피어나는 두려움이 버거워
도망치듯 나는 어둠을 지고 집을 나섰다.
밤마다 걸었다.
살기 위해 걸었다.
휘청이며 붙잡을 것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면
머리 위로 달이 떠 있다.
어둠 속 희미한 빛.
말없이 나를 지켜보던 눈.
달빛이 일렁이자
마음에도 잠시 불이 켜졌지만
시리도록 맑은 빛은
이내 차가운 슬픔을 불러냈다.
나는 느리다.
생각도, 감정도, 언어도
한 걸음씩 늦게 도착한다.
세상은 속도를 사랑했고
느림은 결핍으로 불리기에
나는 내 속도를 탓하며 살았다.
그러나
느림은 딜레마이자 축복이었다.
빠른 자들이 지나친 것들을
나는 멀찍이서 천천히 바라봤다.
숨소리 같은 마음,
농담 끝에 남은 외로움,
지나간 후에야 발견되는 진심.
소리보다 온기로 남는 의미.
그날의 달빛도 그랬다.
아픔을 덮어놓고 피하려고만 하는 나를
달빛이 비추었다. 또렷하고 냉정하게.
어둠 끝에서 헤매는 나를
달은 바라봄으로 위로하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위로는 정확한 인식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도망친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것을.
밤이 있기에
달은 빛이 된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은 더 선명하다.
누군가 지금
눈물자국 난 밤길을 걷고 있다면
달빛은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걷고 있는 당신,
당신이라는 비밀을
달빛은 반드시 알아볼 것이다.
당신이 아직 모르는 당신을,
달빛은 이미 알고 있다.
내게 묻는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다시 나를 달빛에 비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