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올리고 내려놓고

by 싱긋

<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이가 하교해서 집에 돌아오면 나는 기관총처럼 잔소리를 쏟아낸다. "땀에 젖은 티셔츠 갈아입어, 물통 꺼내, 폰 그만 봐!" 쉴 틈 없이 아이에게 지적하고 지시하고만 싶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엄마가 되자는 결심은 온데간데없다.



감정 하나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한 내가 빈 수레처럼 요란하다는 걸 아이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마주하고서야 알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엄마는 기관총도, 빈 수레도 아니었다. 내가 바란 나도 이런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발목 인대 파열로 깁스를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계단 하나도 큰 산처럼 넘기 힘들었다. 근육 하나만 끊겨도 일상이 이렇게 무너지는데, 마음의 근육이 약해지면 어떻게 될까. 바라지 않은 나로 살아가는 건 마음의 인대가 고장 났기 때문은 아닐까.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 처진 달팽이, <말하는 대로>



이 노래처럼 나도 말하는 대로 되는 세상을 믿지 않았다. 너무 자주 실패했기에 믿을 수 없었다. 마음먹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뤄지는 건 신비한 마법 때문이 아니다. 마음 근육이 있다면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거였다.



마음 근육은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알면서도 못하는 나를 조금씩 행하게 만드는 내면의 추진력이다. 정체성을 지탱하는 단단한 신념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공감하고 수용하며, 회복할 줄 아는 심리적인 체력인 것이다. 근육 부자들이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듯, 마음 근육 부자가 된다면 버거웠던 마음의 짐도 전보다 가뿐하게 들어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고 불평만 해서는 마음에 근육이 붙지 않는다. 단숨에 생기지도 않는다. 근육 1kg을 늘리는 데도 최소한 한 달이 걸린다. 꾸준한 근력 운동과 식단 관리는 물론 충분한 수면과 휴식까지 일상을 전방위로 돌봐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무겁던 감정의 무게를 조금 더 들어 올리듯 10초씩이라도 내려놓는 훈련, 잘 먹고 잘 자며 나를 살피는 돌봄, 부족한 모습에도 내 편이 되어 나를 안아주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내야 한다.



근육통처럼 마음에도 불편함과 좌절, 후회로 인한 통증이 따를 것이다. 바로 이때 마음 근육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음도 한바탕 앓고 나면 크는 법이다. 어쩌면 몸의 통증보다 마음의 상처가 타격이 더 커 피하고만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어야 한다. 한차례 고통이 지나가면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의 근육은 결국 사랑하게 하는 힘이었다. 삶의 동력은 사랑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아이를, 이 삶을 끝까지 붙드는 건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인 동시에 노력과 의지이다. 무거운 마음을 들고, 놓고, 다시 들어 올리는 그 하루하루가 마음을 단련시킨다. 나를 다잡는 매일을 통해 오늘도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가는 중임을, 힘들지만 인생을 위해 꼭 필요한 단계임을 되새긴다. 마음의 근육은 그렇게 사랑의 방향으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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