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고, 나만 무너졌고
그 사람과의 연락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있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뭐 해?" "잘 자"같은 말들이 오가는 그 순간들이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익숙해지는 게 좋아서
또 가끔은 조금 무서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답장이 늦었다.
정확히 말하면 , 그냥 안 왔다.
단지 하루쯤
단지 바빴을 수도 있는 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마음만 괜히 흔들렸다.
별일도 아닌데
나는 혼자서 서운해졌고
기다리다가 혼자 마음이 닳아갔다.
괜찮은 척했다.
서운하다고 말하긴 애매했다.
"내가 왜 이러지 싶다가도
정작 그 말을 꺼낼 자신은 없었다.
답이 올까 봐 무서워지고
안 올까 봐 더 무서워졌다.
갈 곳 잃은 마음은
가끔 분노처럼 뻗쳤다가
다시 쪼그라들어 불안이 되었다.
나는 폰 화면만 수십 번 들여다봤다.
잠도 오지 않았고
시간은 괜히 느리게 흘렀다.
사랑은 원래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조용한 기다림을 감당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나만 너무 혼자 마음을 키우고 있는 걸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아서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의심했다.
"나 진짜 잘 가고 있는 거 맞아? "
"이 사람, 정말 내 사람 맞아? "
질문을 날이 갈수록 늘었고
확신은 점점 작아졌다.
그 사람은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오늘도 유효한지
매일 조금씩 확인하고 싶었다
매일 , 아주 작게 , 은근히
말은 하지 않았다지만
내 마음은 계속 물어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유난히 애틋했던 게 아니라
그냥 처음 겪는 감정이라 서툴렀던 거다.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불안했고
확실하지 않아서 더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가 내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사람은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잘 잤어?"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응 , 오빠는? " 하고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밤
혼자 서운했고 , 혼자 무너졌고 , 혼자 다녀왔다.
사랑은 그렇게 혼자만의 감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몰랐지만
나는 그 밤을 기억하고 있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건
혼자 견딘 마음이 하나 둘 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몰랐지만
나는 그 사람 덕분에 내 마음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