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람이 피는 것이다.
유기택 시인은 그의 시 ‘사람학개론’에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나무가 피는 거지, 눈이 오는 게 아니라 하늘이 오는 거지.’라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람 안의 생각들이 밖으로 열리면 사람도 그렇게 피어난다고.
단 한 번만 이라도 ‘꽃이라 불러준다면 나무든 하늘이든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자기 안의 것들이 피어날 때 ‘꽃이 핀다’라고 한다. 사람인 채로 피어난 그것을 ‘꽃’이라고 불러준다면 나무든 하늘이든 성큼 거리며 다가올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우리에게 다가와서 한 뼘 커지는 나무와 하늘처럼 사람 나무와 사람 꽃, 사람 하늘도 한 뼘 더 커지기를 소망한다.
<사람학 개론 >
꽃이 피는 게 아니라 나무가 피는 거지
눈이 오는 게 아니라 하늘이 오는 거지
무거워지고 있던 어떤 생각들이 몰리며
어쩔 수 없이 안이 밖으로 열리는 거지
사람들은 꽃이 피더라고 하지
한 번만 꽃이라고 말해주어도
나무나 하늘이, 우리 가까이 오는 거지
우리에게 와선, 한 뼘 훤칠해지는 거지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사람을 다녀가기도 하는 것이지
유기택
사람이 피어난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움직이는 꽃들이다.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서있다. 거대한 화관처럼 보였다. 한 대의 버스가 꽃들을 태우고 지나간다. 또 한 대의 버스가 꽃들을 태우고 지나가고 남겨진 풍경 뒤 향기가 남는다.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노란 원복의 아이들,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엄마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자 노랑들이 피기 시작한다. 표범 무늬 레깅스를 입은 여인이 공원을 향해 걷고 있다. 개나리들이 흐드러진 새 봄의 길. 표범 여자가 개나리 꽃 사이에서 피고 있다.
무거워지고 있던 어떤 생각들이 일시에 몰리면 어쩔 수 없이 틈이 생겨나고 사람들의 안이 밖으로 피어나는 것. 틈과 틈 사이 피어나는 꽃처럼 회색의 거대한 빌딩들의 숲 사이, 사람들이 일제히 피어난다.
조금만 고개 돌려 바라보기만 하여도 사소한 일상들이 뭉클 거리며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피어나는 모든 것들 그가 누구든, 그곳이 어디든 우리는 모두 봄에 속해있다.
세상은 거룩한 봄의 화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