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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있어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세계적인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별세 소식에 마음 아리며 시작한 한 주였다.     

'마지막 황제'(1987)의 음악으로 아시아인으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는  2017년에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주제곡을 만들기도 했다. 

71세라는 나이가 세상을 떠나기에 너무 젊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동일본 대지진 당시 버려진 피아노를 이용 연주를 했다던 기억이 떠오른다.

참사로 버려진 피아노로 연주하면 어떤 음악들이 태어날 수 있을까. 

비 오는 날은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빗방울이 두드리는 무가공 오리지널 사운드를 듣곤 했다는 그는 진정한 뮤지선이다.   


그의 죽음 앞에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서문에 언급된  존 던의 시를 떠올렸다.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弔鐘)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영국 성공회 신부 존 던(1572~1631)존 던의 기도문 'Meditations 17'의 구절     


누구든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며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그래서일까 사카모토 류이치의 죽음이 내 몸의 일부를 감소시킨 듯한 느낌이 든다. 그와 나는 인류라는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에. 

세상에 와서 세상을 떠나는 것.  오는 것과 가는 것 사이가 우리들의 인생인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로 채워가야 하는 시간...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늘 어려운 문제다.    


2021년 1월 21일 본인의 웹페이지를 통해 직장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두 번째 암투병이며 성공적으로 수술은 마쳤으나 앞으로 활동으로 인한 장거리 여행은 어려울 것이라 언급하였다.      

2022년 6월 7일, 문예지 ‘신초’에 자신이 시한부 상태임을 밝혔다. 문예지에 류이치는 직장과 간 두 곳, 림프로 전이된 종양, 대장 30cm를 절제했다고 밝혔다. 암 판정 후, 치료하지 않으면 남은 시간이 6개월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며, 수술은 예정시간 8시간을 넘은 20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류이치는 “수술이 아닌 투약 방식으로 통원 치료를 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남은 시간 속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하며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라고 밝혔다.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단조롭고 무미한 정보가 뜬다     


사카모토 류이치

작곡가, 피아노연주가 Sakamoto Ryuichi  다른 이름 坂本龍一

출생 1952년 1월 17일, 일본

사망 2023년 3월 28일 (향년 71세)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데뷔 1978년 1집 앨범 'Thousand Knives'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 1952년과 2023년 71년이라는 생의 시간 동안 음악으로 이루어진 그의 삶은  ‘피아노 연주가’라는 지극히 짧은 말로 표현된다.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주어진 생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기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를 잘 알았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좋아하기에 잘하는 일.... 그에게 음악은 그의 삶의 모든 것.

세상의 모든 소리를 수집하던 남자.

사카모토 루이치... 그는 세상을 떠나도 그는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

음악으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로..

그가 두드리던 피아노의 건반으로... 그가 걷던 숲길 발자국 소리로.. 나뭇잎에 햇살이 달려와 부딪는 소리로.. 바람의 소리로.. 눈보라의 소리로 존재하기에  Good bye Sakamoto Ryuichi!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4월 아침.... 그의 피아노 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듣는 아침이다./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지음/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은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우리, 서서히 죽는 죽음을 경계하자

-마샤 메데이로스-


사카모토 류이치는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으로 살지 않았다. 그는 자기 안에서 아름다음을 끝없이 발견하며 살았다.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 그렇게 죽어가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내 안에서, 내 안의 모든 것들이 서서히 말라버리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류이치의 음악이 위로가 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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