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것은 너의 이름이다. 또한 시월이다

모든 혼란 중에서 가장 젊은 그것이 너다 그것이 바로 나다


< 그것은  너의 이름이다. 또한 시월이다>

          

그것은 너의 이름이다. 또한 시월이다

그것은 옛시집, 너의 향유가

바로 그녀 너 모든 혼란 중 가장 젊은

은밀한 비상계단 속의 비둘기들

첨탑의 마지막 계단

성체 속 사랑을 엿보는 연인

그것은 모든 움직임, 모든 사물 속에서 베풀 수 있는 무엇

그것은 누각들

그것은 하나의 행동 속에 온몸이 들어있지 않는

아름다운 노래 중의 아름다운 노래

그것은 사랑이다, 너를 사랑하는

그것은 모든 깨달음의 종합

밤 가장자리에서 꿈꾸는 자 곁에서

불면 곁에서 홀로 지새우는 눈

그것은 또한 사월이면서 십일월

그리고 팔월 내부의 소란

그것은 온 거울의 빛을 빨아 마시는

벌거숭이 너의 육체

그것은 너의 밀알의 힘

모든 사물 속에서 너를 바라보게 하는

그것이 너다. 그것이 나다

그리고 그것은 동그랗게 네 위를 걸어가게 하는 

내가 하는 일들에 무지개의 크기를 부여하는

혼자서 너의 충동으로 네게 말을 하게 하는     

                                        오메로 아드리히스(Homero Adridjis)     

     


시월 같은 사람. 시간과 계절의 각각이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너의 이름이다. 또한 시월이다

... 모든 혼란 중 가장 젊은

밤 가장자리에서 꿈꾸는 자 곁에서

불면 곁에서 홀로 지새우는 눈

그것은 또한 사월이면서 십일월

그리고 팔월 내부의 소란....          

 시월이다. 구월과 십일월로 이어지는 것의 이름은 십월이 아닌 시월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 시월은 시간이면서 공간이다. 시월은 시(十) 월이고 시(詩) 월이다.

탐닉과 소란을 지나 찬란한 비움으로 가는 시간 그것은 너의 이름이다.

     


시월의 뜰에 내려앉아 태양을 삼킨 벌은 붕붕거리는 날갯짓 속에 여전히 8월의 소란으로 분주하지만 나무와 꽃은 여름의 소란을 잠재운다. 나무들은 들뜨지 않는다. 꽃들은 안으로 궁근다. 동그란 열매들을 위해..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열기, 적당한 차가움

시월은 느긋한 절박함의 계절이고 절박한 느긋함의 계절이다. 아직은 여유를 부려도 되고 조금은 서둘러야 하는... 그럼에도 감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시월이다. 

한 무리의 새들이 날아와 앉는다. 하늘이 잠시 흔들린다. 새들의 무게로 기우뚱하다.

    

인디언들은 10월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새들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달

긴 머리카락의 달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어린 나무가 어는 달

산이 불타는 달, 시냇물이 얼어붙는 달,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바람이 세게 부는 달, 첫서리가 내리는 달, 나뭇잎이 떨어지는 달,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달, 큰 밤 따는 달...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낭만적인 비유다....       

시월은 내가 하는 일들에 무지개의 크기를 부여하는 시간이고 

스스로의 충동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아직은 찬란하다. 모든 혼란 중에서 가장 젊은 시월이다. 그것이 너다 또한 그것이 나다. /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작가의 이전글 지칠 줄 모르는 질주와 불안 사이에서 '다움'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