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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날개는 불에 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무안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희생자,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새들은 새의 영역에서

물살이들은 바다에서

새들의 비상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 인간은 하늘과 땅, 바다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새처럼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새들의 깃털을 몸에 달고 달려가면 날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사고에서부터 시작하여 커다란 연을 만들어 연에 몸을 묶어 날아오르는 방법, 18세기 몽골 피 형제가 종이봉투에 뜨거운 열기가 들어가면 공중에 뜨는 것의 원리를 이용 1783년 처음으로 하늘에 오르지만 그때 비행기록은 고도 500m, 체공시간 25분, 비행거리는 9km였다. 인간 의지대로의 비행이 아닌 바람의 방향에 따른 수동적 비행이었다.

1903년 12월 17일,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인 플라이어(Flyer, 날틀)를 만들어 12초 동안 36미터 하늘을 날았다. 그로부터 24년 후 미국의 찰스 린드버그가 ‘세인트 루이스(Spirit of St.Louis)’호라는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서 파리까지 약 5,809km의 거리를 33시간 50분 동안 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 이후 비행기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보다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거나 무역을 위한 상업적 용도와 군사적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7c2216편 비행기 참사가 일어났다.

무안공항에서 크리스마스날 저녁에 출발하여 3박 5일 방콕여행을 하고 12.29 일요일 오전 무안공항으로 돌아오는 스케줄이었다.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비행기와 새가 부딪히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착륙이나 저공비행 중에 일어난다. 이착륙 시에는 활주로 주변에 있던 새들이 비행기 주변으로 날아가면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나타나는데 비행기 속력이 빠를수록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새와 부딪힌 비행기 동체는 대개 파손되며 특히 엔진으로 들어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새의 영역을 탐하던 인간은 새의 모양을 본떠 만든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타고 하늘을 난다.

의자에 앉은 채로... 하늘을 날며 먹고 마시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잠을 청한다.

무안공항의 참사는 여러 가지 설명할 수 없는 ‘메이데이 상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무리의 철새들이 비행기 엔진 사이로 들어가 엔진고장을 일으킨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였던 인간의 순수한 소망은 이루어졌으나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새의 터전을 침범하고... 물질주의적, 상업적 욕망이 추가되면서 이 모든 불행은 예견된 것이었을까.



테헤란로 세계적 철강회사 포스코 본사 사옥 앞에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꽃이 피는 구조물: flowering structure 아마 벨>이 자리 잡고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9m이고 무게가 30 톤의 장미 모양 고철 덩어리가 놓여있다.

프랭크 스텔라는 비행기 사고로 죽은 소녀의 이름 ‘아마 벨’을 작품명으로 정하고 실제 사고 비행기 잔해를 작품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죽은 소녀를 추모하는 거대한 철제 장미는 밤새 피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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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수집가의 시간> 제5부 빨강의 목소리 : 붉은 장미를 끝없이 피워내는 밤 중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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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5일 달콤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이들

끝없이 하늘을 동경하고

하늘을 탐하던 인간 욕망의 결과인가....

인재인가...

운명인가...

그저 불운이라고 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무안공항 인근을 날던 철새 무리들과 항로를 따라 이동하던 거대한 새 한 마리의 충돌...

새를 동경하던 인간의 날개는 불에 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물고기 꼬리지느러미를 담은 꼬리 날개만 땅에 박혀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희생자들,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이.... 전이되는 12월 말이다... /려원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8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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