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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예찬

I am Nobody! Who are you? 에밀리 디킨슨

무명인 예찬


<I am Nobody! Who are you?>


I am Nobody! Who are you?

Are you Nobody too?

Then there’s a pair of us! - don’t tell!

They’d banish us, you know!


How dreary to be somebody!

How public, like a frog

To tell your name the livelong day

To an admiring Bog!


무명인 / 에밀리 디킨슨

나는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 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유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하찮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 보통의 사람

쉿! 말하지 마세요!

중요한, 이름이 알려진, 대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황량하고...

얼마나 요란한 행위일까

자신이 찬양하는 늪을 향해 온종일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개구리처럼

개구리는 정말 자기 이름을 외쳐대며 우는 것 같다.

개굴개굴이라 하지 않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자기가 찬미하는 늪에서 끝없이 외쳐대는 짓이 끔찍하다고 표현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


18세기의 시가 오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시처럼 보인다.

어수선한 정국에... 주변에 개구리들이 너무 많다.

자기 이름을 알아달라고 끝없이 외쳐대는 개구리들

알아주기를 갈망하는 인정욕구.... 소음이다.


그래요. 쉿! 말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기로 해요.

세상은 언제나 평화로워 질까?

다시 조용한..... 보통의, 무명의 사람들이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아가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에밀리 디킨스의 대표 시

<만약 내가>(If I ca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한 애타는 마음 멈출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한 생명의 아픔을 덜고,

한 괴로움을 달래주고,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떨어진 울새 한 마리를 돌볼 수만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벌써 1월의 종반을 향해가는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헛헛하다.


에밀리디킨슨.jpg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애의 대부분을 고향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서 보냈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은둔 생활을 했는데, 1872년 이후로는 의사도 집으로 찾아와 열린 문틈으로 걸어 다니는 디킨슨을 보며 진찰을 해야 했을 정도로 과도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 시력 악화, 심한 신경통으로 고생하던 어머니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 종교 문제, 아버지와의 사고방식의 차이, 경쟁의식, 주 의원으로 활동하던 아버지로 인해 끊임없이 드나들던 손님들을 맞이해야만 했던 것 등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은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년 12월 10일~1886년 5월 15일

55년 5개월 5일간의 생애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어린 시절의 절친한 친구이자 당시 유명한 작가였던 헬렌 헌트 잭슨(Helen Hunt Jackson)에게 출판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생전에 자신의 시가 출판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청교도 신앙에 회의를 품었으며, 구원의 희망에 강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적 사고방식과 기존 종교에 대한 불신, 전통적인 시 형식에 대해 반발. 시에 혁신적 요소를 반영한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생전에는 본인의 요구에 의해 익명으로 일곱 편밖에 시를 출간하지 못했지만, 사후 동생 러비니아 디킨슨에 의해 44개의 시 꾸러미가 발견되었다 생전에 주목받지 못했던 디킨슨은 1920년대에 이르러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1955년 토머스 존슨(Thomas H. Johnson)에 의해 시선집이 출판됨으로써 위대한 시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위키백과 참고)


생전에 자신의 시가 출판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시는 그녀가 정한 제목이 없다. 후대에 알려진 제목은 임의로 시의 첫머리나 문장을 옮긴 것들이다.

55년 5개월 5일간의 생애 동안

은둔적인 삶을 살면서

끝내 Somebody가 아닌 Nobody로 살고자 하였던 그녀를 생각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Nobody가 아닌 Somebody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세상엔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개구리들이 너무 많다. 개구리 소리가 잦아드는 조용한 평화를 꿈꾸며./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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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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