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있는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갈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는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고 애쓰지는 말라

삶이란 뒤로 물러가지 않으며 결코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그대는 활, 그리고 아이들은 살아 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 위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대는 활 쏘는 이의 손에 의해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

칼릴 지브란, 『예언자』 '아이들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앞으로 쏘아져 나간다.”라고 말한다.



책과 자료가 많은 집은 아무리 정리를 해도 어수선해 보인다.

책꽂이의 책들, 잘 보지 않는 책, 좋아하는 책, 언제가 보게 될 책, 인생 책, 실망스러운 책, 중고로 팔 수 없는 책, 누군가에게서 받은 책, 밑줄 그은 책...

학생들이 쓰던 노트들... 버리지 못한 것들을 정리 중이다. 그때그때 버렸어야 했는데 모이면 짐처럼 쌓인다.

20250328_203912.jpg

책꽂이 사이에 맨 첫 수업때 하던 주제 수업 ’나‘에 대한 것들. 찾아가지 않고 내게 남아있는 것이 있다. 팀 대표가 쓴 반성문도 있고... 스승의 날 편지도 있다. 유럽 책마을에 다녀왔다며 전해주던 나비모양 책갈피도.,.

나를 스쳐간 아이들의 얼굴이 또렷하다.

다들 나와 첫 수업 때 적었던 그 꿈을 이루었을까?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20250328_203927.jpg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250328_204000.jpg
20250328_204023.jpg

아이들의 꿈이 적힌 기록들, 다시 들여다본다.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

그대는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

그대는 활, 그리고 아이들은 살아 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 위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20250328_204053.jpg
20250328_204112.jpg

나는 아이들을 위해 신이 당겨 구부린 활이었을까?

살아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 학생들..

책꽂이 사이사이에서 오래된 기억들을 찾아낸다. 버리려다 멈춰 선다.

버려서는 안 될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인다. 흔적들, 함께 웃고 나누었던 흔적들이 묻어있다. 이 교실을 떠난 아이들은 냉혹한 사회 속에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리라.

그 아이들의 기억 속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이제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그때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생각의 깊이도 취향도, 사고의 폭도 다르다. 그러나 이 아이들 또한 날아가는 화살임이 분명하다. 매 순간 정지되어있지 않은 역동적인 존재들..

신은 나를 또 어떤 모습으로 구부리게 될까.

나는 가르치는 일에 있어 영원한 ’ 현역‘으로 남고 싶다.

최선을 다하는 일..... 신의 의도대로 구부려질 수 있는 활이 되는 일.

서로 스쳐가는 시간 동안 별빛처럼 무한한 사랑을 주어야 하고, 서로의 색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스침의 순간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된 그러나 개별화된 존재로서 의미가 되어야 한다. 그저 나를 거쳐 가는 아이들이 살아있는 화살처럼 날렵하게 과녁을 향해 오늘도 날아가고 있다.

3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바람이 차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12

20241231_094448 (1).jpg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20241220_092319 (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의 3월은 찬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