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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춤을 추라. 공허함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춤을 추라.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면서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지를 보아 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젠가는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가를 내게 보여 달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 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함께 나누는 고독의 긴 순간들 속에 내 옆에 앉으라.

우리의 거부할 수 없는 함께 있음으로.

침묵 속에서, 그리고 날마다 나누는 작은 말들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함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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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p42~


제주 4.3

벌써 붉은 동백이 지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말하고 싶다.

비탄이나 절망, 좌절이나 고통이 아닌 뭔가 밝은 것, 맑은 것,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는 <춤>에서 언젠가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라 말하지 말고 대신 마음의 흔들림 없이 위험과 마주할 수 있는 가를 보여 달라고, 이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를 보여달라고 이야기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일.... 쉽지 않다.

꽃들이 순식간에 개화를 한다.

꽃들은 언젠가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흔들림 없이 제 할 일을 해내고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나는 춤출 줄 아는 신만을 믿으리라..,. ‘중력의 영’ 그로 인해 모든 사물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떻든 처음부터 나는 법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자는 먼저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 기어오르는 법, 춤추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 말한다.

중력의 영을 벗어나는 자유로운 존재.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먼저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 기어오르는 법, 춤추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서고, 걷고, 달리고, 기어오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

인생의 춤...... 아직은 날지 못하기에 여전히 추어야 하는 춤.


당신에게 춤추는 법을 가르쳐 준 그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 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고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그러면 나는 내 발아래 대지와 머리 위 별들이

내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 준 장소들로

당신을 데려가리라.


세상이 당신의 가슴을 부수려 했던 그 위험한 장소들로 나를 데려가면

나는 당신의 가슴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어준 장소로 당신을 데려가겠노라고...

침묵 속에서, 작은 말들 속에서 함께 춤을 추자고..

들숨과 날숨의 향연 속에서 그 공허함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고......

혼란스러운 4월.

참혹한 희생이 있었던 4월....... 아픔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고...

그러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당신과 영원히 작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들숨과 날숨의 향연 속에서

누군가의 가슴을 부수려 하는 '악'으로부터 누군가의 가슴을 온전히 채워주려는 '선'으로 나아가는 일.

그 일이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너무 많은 분열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4.3이다. 제주의 붉은 동백이 보고 싶어 진다./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려원 산문집/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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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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