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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배르톨트 브레히트

<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를 읽을 때마다

시의 제목과 시의 연결 고리를 늘 생각하곤 한다.

낯설지만 참신한 시...

아침 저녁으로 무엇을 읽는다는 말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말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소중한 것을 위하여. 소중한 것이 내게 전하는 한마디 말 “당신이 필요해요.”때문에라도

정신을 차리고.... 두려워하면서...

빗방울, 바람, 햇살, 새소리, 눈보라, 나무의 춤에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나는 살아간다.

한 두 달여 동안 <생각이 열리는 나무 국어 교실> 오픈 준비에 매달려있었더니 영혼이 방전된 느낌이다.

날마다 숲으로 갈 수 없기에 나는 교실로 숲을 데려왔다. 비록 향기 없는 숲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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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따뜻한 학부모들이. 천진하고 아름다운 학생들이 손에 들고 온 화분들 덕분에 초록 숲이 조금씩 자리 잡아간다

화분에 따라온 문구가 아름다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달아놓은 화분도 있다. ‘함께’ 가는 길은 아름다운 길이고 사색 가득한 길이다.

창가에 늘어선 아기자기한 화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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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우리는 ‘함께’ 숲을 이루어 갈 것이다.

어느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도 편견을 갖지 않고

어느 누구의 속도에도 세상의 자를 들이대지 않으며

숲에서 들려오는 저마다의 북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는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핸리 데이비스 소로우 <월든> 중에서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속도에 맞추어 사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뒤처지는 잔인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직 어린아이들의 등에 ‘미래’라는 무거운 짐을 얹어놓기보다

현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하여...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을 차리고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야한다.


우리는 우리의 숲에서 행복할 것이다.

종이 위에.... 활자화된 모든 것들은 학생들의 꿈이고 생각이고 현재가 아닌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처럼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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