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이 되어 새처럼 날 것

일본 사사키 씨의 바람의 전화

바람의 전화

'바람의 전화'로 유명해진 80세 사사키 이타루 씨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 본인 마당에 전화를 만들었다.

1945년 2월 일본 이와테현 카마이시시에서 태어난 사사키 씨는 제철소에서 근무하다, 51세 조기 퇴직을 하고 54세에 이와테현의 쿠지라야마로 이사한다. 산 앞에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촌을 그리워하다가 2010년 폐업한 가계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공중전화 부스를 양도받아서 자신의 정원에 세우고 죽은 이가 그라울 때마다 하늘로 전화를 걸었다.

그 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는데 사사키 씨가 사는 이와테현도 쓰나미와 지진 피해를 겪는다. 원래 가족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전화였는데, 지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인근 이재민들에게 정원을 개방하고 전화를 공유했다.


바람의 전화.png

세상을 떠난 이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산에서 부는 바람이 마치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바람의 전화로 불리게 되었으며 일본 각지에서 수많은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2020년에는 이 전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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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사키 씨의 ‘바람의 전화’는 유가족의 슬픔을 치유하는 grief care의 방법으로 관심을 끌게 되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바람의 전화가 설치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남아프리카 등 17개국 400개소에 이른다고 한다. /기사 부분 인용




바람의 전화.......라는 명칭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동인도 대지진 때 쓰나미가 몰려오고

전력질주를 하던 자동차를 덮치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그려진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의 피아노를 가져와 그 피아노로 연주를 하기도 했다. 쓰나미의 울음이 그대로 담긴 사카모토의 연주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

세상을 떠난 이와 통화를 하는 것.....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든 가능하다

바다가 보이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 들어가 세상을 떠난 이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면...

나는 누구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게 될까?

아마도 지극히 엄한 존재였던.... 거리감이 있었던 나의 아버지가 아닐지..

부녀라는 느낌을 가져볼 기회도 없이 떠난 젊은 그. 그리고 평생 희생과 헌신만 하다 가신 어머니, 한결같은 따스함과 인정을 지니셨던 시어머니..

어쩌면 바람소리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가 뭉쳐 내는 소리가 아닐까.

전화기 앞에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람의 음조를 해석할 수 있다면 고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리라.


바람의 언덕, 바람의 전화..... 바람이라는 말에는 벌써 세상을 떠도는 것의 냄새가 묻어있지 않은가.....

바람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테니..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돼~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임형주 <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가사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떠도는 이들
그들은 이 땅의 누군가가 전화를 걸면 응답할 것이다.

잠들어 있지 않음을

우리의 머리 위를

새들보다 더 자유롭게 살고 있음을 전해줄 것이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일....

천 개의 바람이 되기 전에

이 땅에서 몸을 가진... 살아있는 이로 살아가는 일을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고인이 된 누군가의 ‘내일’이었다는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바람의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사사키 씨의 정원으로 갈 필요는 없으리라.

천 개의 바람이 된 그들은 언제나 우리들의 곁에 있어서

우리들의 부름에 응답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일 것이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천 개의 바람의 소리가......... 들려온다./려원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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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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