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 빛의 감옥으로 들어가려는 날벌레들의 몸짓

10월 첫날, 자신의 날개를 의심하는 이의 몸짓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다.

-류시화 < 새들은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어떤 하나의 문장이 힘이 될 때가 있다.

어떤 한마다 말보다 내겐 어떤 한마디 문장이 더 힘이 되는...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는다는 말...

삶이 두려워질 때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싶어질 때...

무언가 하나도 해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자꾸만 허무가 밀려올 때

새는 자신의 날개를 믿는다는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리곤 한다.

그러나 또 어떤 날은

'믿을 만한 날개가 있기나 한 걸까?'라는 본질적 회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날개....

밤 산책...

늦은 밤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도시의 밤.... 잠들지 못하는 시간.

풀벌레 운다.


후레시를 들고 일일이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이고....

양 어깨에 새하얀 스티로폼 박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재활용 쓰레기장을 나서는 경비 아저씨의 뒷모습이 시리다. 누군가에겐 산책의 밤이 그에겐 아직 휴식의 밤이 아니다.

추석이 다가오니 여름내 무성한 잡초들을 베어낸 모양이다. 보도블록 위로 베어진 풀들이 누워있다.

이른 아침. 빗자루를 들고 바닥의 풀들을 쓸고 있겠지.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고양이 보금자리, 황갈색 줄무늬 고양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에 있을까. 이 깊은 밤

어디에서 밤산책을 즐기고 있을까

주인 없는 보금자리를 흘깃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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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날. 아무런 생각 없이 맞은 첫날이다. 날개를 믿지 못하는 약간의 슬픔을 품고서

어둠 속에서......... 바라본 하늘

달이 익어가고 있었다.


< 빛의 감옥 >

가로등 어디에 틈이 있어

날벌레들이 그 속을 파고드는 모양이다

입구를 잃어버린 날벌레 한 마리가

....

유리벽에 머리를 짓찧고 있다

저 환한 무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얼마나 파닥거리며 왔던가

무덤의 중심으로부터 밀려나지 않기 위하여

발버둥을 쳤던가

....

가로등이 거리를 밝히는 대신 감추고 있는

유리알 속에 아침마다 눈곱이 낀다.

손택수


환하게 불 밝힌 가로등 아래 풀들의 사체가 누워있다.

저 동그란 등 안으로 기어이 들어가기 위해 날벌레들은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빛의 감옥. 빛의 무덤

입구로 한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무덤 같은 곳

밀려나지 않기 위한 발버둥... 꼭 내 모습 같다.



풀들... 여름내 영역을 넓혀가던 풀들

베어졌다.

도시의 밤, 베어진 풀과 날벌레들의 무덤과 스티로폼 남자의 고독한 등과

그리고 끝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날개를 믿지 못하는 내가 공존하는 밤.

어쨌든 첫날이다

달이 익어간다.


<빨강 수집가의 시간> /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4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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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학 개론을 읽는 시간>/ 수필과 비평사/ 려원 산문집/ 2022

2022 아르코 문학 나눔 우수도서

2023 원종린 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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