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한 가지 말을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이 가장 듣고 싶어요?
'나 아파'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얼른 고쳐줄 수 있게요.
듣자마자 가슴이 메고 눈물이 흐른다. 강아지별로 간 우리 애기 생각이 나서다. 지나고 나니 좋았던 것보다 미처 못 해줬던 게 깊숙이 사무쳐 마냥 미안하기만 하다. 내가 좀 더 많이 알았더라면, 네가 좀 더 오래 내 곁에 있었더라면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매일 산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집에 혼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것도, 일 년에 한 번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내 앞길 건사하기 바빠서 너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댄다. 당연하게 항상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너를 정말 사랑했지만 함께 하는 십이 년 동안 이따금씩 네가 밉고 귀찮고 성가신 날이 있었다. 그때마다 네가 주는 맹목적인 사랑을 느끼며 마음을 고쳐먹곤 했다. 네가 너무 아픈데도 앓는 소리 한번 내지 않고 그저 식음을 전폐했을 때, 너를 안아들고 병원에 데려가는 길에서 번거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거추장스러웠던 마음을 후회로 거두었다. 큰 병원에서 너를 괴롭히며 온갖 검사를 하고서야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의사 선생님에게, 마음은 무조건 너를 낫게 해달라고 울며불며 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일주일밖에 더 못 산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돈이 얼마가 되든 우리 애기 꼭 살려주세요. 하며 의사 선생님 바짓가랑이를 잡는 건 드라마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판타지더라고. 변명하자면 나는 아직 졸업도 못 한 대학생이었고, 수중엔 꼴랑 백만 원 남짓한 돈이 전부였는데 네가 아픈 원인을 찾아낼 검사비로 벌써 삼십만 원이나 써 버린 뒤였다. 네가 내 곁에 남아있을 확률과 감당해야 할 병원비 사이를 저울질하며 머뭇거리는 내가 너무나 못나고 구려서 참 많이 울었다. 너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너를 보내고 가장 후회되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더 많이 눈 맞추고, 쓰다듬고,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너의 고생은 오로지 나의 미숙함 탓이라는 사실이 너무 미안해서, 이렇게 예쁜 너를 아직도 놓아주지 못하고 마음 한켠에 묻어두었다. 속수무책으로 눈물이 쏟아질까 봐 함부로 꺼내보지도 못할 거면서. 우연히 들은 한 마디에 꼬깃꼬깃 접어둔 너를 향한 마음을 펼쳐 본다.
나의 영원한 첫 사랑, 우리 애기.
안녕. 잘 지내야 해. 우린 나중에 꼭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