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달에 함께한 책은 『모순』이었다. 평소 소설을 자주 읽지 않는 편이라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는데, 작가는 천천히 아껴 읽어 주길 바랐지만, 나는 끝내 그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단숨에 책장을 넘기고 말았다.
『모순』 속의 진진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선택의 순간은 늘 명확한 답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진진이 마주한 선택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 흐려진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더 나은지, 무엇이 덜 아픈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계속 질문해 보지만 해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모순이 특별한 상황이나 극적인 사건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가장 익숙하다고 여기는 일상과 관계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진은 무너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통쾌하게 극복하지도 않는다. 많은 이야기들이 상처 이후의 회복이나 성장이라는 명확한 서사를 제공하는 데 반해, 진진의 태도는 그와 다르다. 그는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안은 채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의 서사였다. 두 사람의 삶은 너무도 다르게 흘러왔고, 각자의 선택과 결과는 서로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든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고, 어느 한쪽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두 삶 모두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늘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 대비는 삶이 얼마나 쉽게 평가되고, 얼마나 자주 오해되는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내 인생에 내 온 생애를 걸어야 해’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문장은 결의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체념처럼도 느껴졌다. 선택하지 않은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은 없고, 설령 잘못된 선택처럼 보이는 길이라 해도 결국 그 삶을 책임지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이 문장에 담겨 있는 듯했다.
모순이란 바로 이 지점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는 완벽한 판단을 할 수 없으면서도, 그 불완전한 판단의 결과를 전부 감당해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말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모순 속에서 산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에서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지키기 위해 포기한 것들을 나중에는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멈추지 않고, 우리는 매일의 선택을 통해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모순』은 이 성장마저도 미화하지 않는다. 성장에는 어느 정도의 아픔이 따라오고, 어떤 일의 의미나 이유는 그 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며, 사람 사이의 화해 또한 모든 것을 말끔히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어쩌면 삶이란 모순과 함께 견디며 자기 몫의 시간을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