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를 맞이하는 어른의 자세
내가 다니는 운동 스튜디오는 하루 160여 명이 올 정도로 성행한다. 그런데 코치 입/퇴사가 잦은 편이다. 계절이 바뀌면 앳된 얼굴의 새 코치가 인사한다. 하루라도 빨리 회원들과 적응하는 게 중요해서 일까. 1~2주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치고 바로 현장 투입된다. 고된 노동의 시작. 3시간 내내 풀업, 푸시업 등 고난도 동작을 시범하고 곧장 100여 명의 회원의 잘못된 동작을 매만진다. 사람 대하는 일이다 보니 감정 노동도 곁들여진다. 피트니스 산업은 멀찍이서 봐도 거칠고 고된 세계다.
그런데도 신입 코치가 들어오면 그 사람을 평가하고 만다. 누구든 새로운 환경에서 제 몫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전광 코치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인사성도 맑고, 먼저 다가와 코칭을 하는 그를 속으론 평가했다. 평소에는 '코칭은 좀 서투르는데 그려려니 해야지'라며 여유롭게 생각하는데, 회사에서 혼난 날이거나 스트레스로 힘이 들면, 상대의 어설픔이 눈엣가시처럼 꼴 보기가 싫다. 뭐 하나 맘에 안 들면 뚱한 표정이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하게 된다. '이전에 계신 코치님이 잘 가르치는데', '아 답답하네, 왜 바라만 보고 있어 코칭은 안 하고'와 같은 평가를 머릿속을 메운다.
애꿎은 전광 코치만 탓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모자란 점을 조목조목 생각하다 보면 나의 첫 사회생활 때가 떠올랐다. 나의 사회초년생은 코치의 서툶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엾다. 언론사 기자 땐 취재 팩트를 잘못 파악해 대형 오보를 냈고, 법원에 피고인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생뚱맞은 질문을 하게 해 주변을 싸하게 한 것, PR 담당자 때는 Zoom미팅에서 대놓고 큰 하품을 해 입속을 해외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준 것, 오탈자나 숫자 틀리는 건 애교 수준이다. 그때마다 한심한 웃음거리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 6년 차가 되고 제구실을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초년생 때의 촌스러운 행동, 하찮은 실력에 한껏 웅크려짐 마음을 다잡고 계속 출근 하고, 다시 시도하게 한건 따뜻한 말과 기다려주는 마음씨 었다. 가장 많이 의지한 직장 선배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천천히 해'였다. 글을 제일 잘 쓰던 또다른 선배의 ‘하다 보면 늘어’라는 말은 계속 타자기를 두드리게 했다. 조언이랍시고 하는 날 서거나 평가하는 말은 마음에 상처를 주고 뒷걸음질 치게 했다.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말이다. 되짚어보니 스튜디오에서 유난히 예민한 날은 회사에서 시달리고 온 날이었다. 회사에서 PR, 콘텐츠 기획과 작성 등 4~5가지의 업무를 동시에 맡는 마케터로서 여러 글을 뽑아내는데, 한 번에 빠르고 완벽한 콘텐츠를 완성하지 못해 죄인처럼 굴었다. ‘왜 못했냐’, ‘일주일 동안 뭘 했냐’는 상사 말에 죄인처럼 있었다. 프로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뚝딱 무언갈 내놓는 사람인 거 같았으니깐. 그러곤 서둘러 퇴근해 운동센터에 가, 코치에게 화풀이했다.
전광 코치는 경력 1년도 안됐지만 늠름하고 제 몫 이상을 한다. 신입 코치 때는 인사성이 밝은 코치, 농담을 건네는 코치 정도였는데 이젠 동작 각도를 섬세하게 체크해서 알려준다. 컨디션에 맞춰 당근과 채찍을 주는 노련한 코치가 됐다. 거친 업무 환경에 지칠 때도 많고 나름 요령이 생겨 설렁설렁 할만도 한데 코로나 격리 때를 빼곤 성실하게 출퇴근을 하고 항상 다정하다. 참 성실하고 바른 청년일세. 문득 그의 노력 대비 나의 운동 실력은 왜 비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몇 개월째 정확한 덤벨 각도를 항상 알려줘도 계속 잘못된 각도로 하는 회원을 뭐로 생각할까. 뭐 여하튼 전광 코치는 기다려 줄 거다. 그는 좋은 코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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