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귀여운 소동

12월 3주, 수요일

by 테라

창밖으로 불그스레 노을이 집니다.

오늘 하루도

작은 친구들과 잘 놀았고, 많이 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올라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둠을 맞이하고도 한참 지난 시각,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 시각에 전화가?

휴대폰에 선명히 찍혀있는 발신자 이름은

우리 원, 아가반 어린이 이름입니다.

이 밤에 전화는 10중 8.9는 긴급성을 띤 걱정소식이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수신 버튼을 누릅니다.


"여보세요?"
"선생님, 저 주원이엄마예요"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늦은 시각 전화드려 죄송해요.
다름이 아니라 주원이가 잠을 자다 일어나서 지금 이 시각에 가방을 메고 나오더니
원에 가야 한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지금 원 앞에까지 왔어요.
지금 문이 잠겨있다고도 이야기했는데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요, 선생님이 이야기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 말은 듣지를 않네요"


그 후로 전화기를 건네받은 주원이는 이미 한참을 울었는지 목소리에 여전히 울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3살의 주원이의 화법에 맞는 설득의 시간이(?) 한참이나 이어진 후 '내일은 더 일찍 만나자'라는 인사말로

전화는 마무리되고, 그렇게 한밤의 등원 소동(?)은 일단락됩니다.

깊은 밤이 지나고 지나도록 귀여운 소동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늦은 시각, 낮잠에서 깨어난 세 살 아이가 가방을 메고 원에 가야 한다며 울음을 터뜨린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유아기의 발달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시간의 흐름을 추상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에서 깨면 다시 원에 가야 한다’라는

단순한 연결로 하루를 해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집은 단순한 떼가 아니라 자기 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발달의 표현이며, 동시에 원이라는 공간을 즐거움과 안정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가 밤에도 원을 찾을 만큼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선생님과 또래 관계 속에서 경험한 즐거움과 안전감이 깊게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힘든 고집으로만 보지 않고,

아이가 시간과 상황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낮잠 후에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야,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자”라는 반복적이고 일관된 안내는

아이가 점차 하루의 구조와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기다림은 아이에게는 설렘을 배우는 과정이고, 선생님에게는 성찰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아이는 ‘내일 다시 만나자’라는 약속 속에서 기다림을 경험하며 인내와 기대를 배우고, 선생님은 그 기다림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되새기며 아이들의 발달을 존중하는 태도를 키웁니다. 결국 이 작은 사건은 기다림이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성장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의 또 다른 이름임을 보여주며, 아이와 선생님 모두에게 따뜻한 배움의 순간으로 남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아이의 울음 속에 담긴 원에 대한 애착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ㅣ 시간 개념을 배우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고집을 우리는 어떻게 따뜻하게 안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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