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 수요일
전화벨이 울립니다.
전화기 화면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글자는 얼마 전 친구에게 연달아 물린 후,
할머님의 단호한 말과 함께 퇴원을 한, 친구의 이름이었습니다.
"네 00 어머님~"
반가움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수화기를 듭니다.
"선생님, 우리 00 다시 다니려고요"
그 말에, 반가움과 먹먹함이 뒤섞여 잠시 말을 잃어 짧은 침묵이 흐릅니다.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것은 아이의 가족이 다시 우리를 믿어준다는 것.
그건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서툰 감정 속에서도 성장을 믿는 선택이었습니다.
그 후로 한참이나 어머님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실 다른 원을 갔었는데 아이가 입구에서부터 등원거부가 너무도 심했고,
언어표현도 능숙하지 않은 아이 입에서 자신을 문 친구의 이름을 울면서 찾는 모습에
가족들 모두,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합니다.
아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으로, 눈물로,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는
단지 자신을 물었던 아이가 아니라,
함께 놀았던 친구,
자석처럼 끌렸던 친구,
그리고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친구였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감정을 배우는 중이고, 그 감정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서툴게.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아이의 가족은 그 자람을 믿기로 했습니다.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로, 다시 그 아이의 성장을 함께 걷기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는 함께하는 많은 마음들이 필요합니다.
가족의 믿음만으로도, 선생님 한 사람의 손길만으로도 채워지는 것이 아닌
아이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따스한 시선이 모여야 비로소 아이는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그렇게
성장해 갑니다.
다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며칠의 빈자리에
아이를 찾던 친구들의 시선과, 친구들을 그리워했던 아이의 시선이 만나
우리는 따스하고 즐거운 이 공간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유아기에 친구란 단순히 함께하는 놀이 상대를 넘어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대상입니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게 됩니다.
때로는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리는 존재이기도 하고, 감정을 배우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 모든 순간은
아이들이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배우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아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건넵니다.
선생님을 향한 보호자의 신뢰는 선생님의 말보다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선생님의 태도와 감정적 민감성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마음, 가족의 불안을 함께 나누려는 모습, 아이의 성장을 믿는 눈빛에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게 됩니다.
유아 교육 환경은 단지 놀이의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는 '첫 번째 사회적 경험의 장'입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세상을 배우게 됩니다.
ㅣ 아이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요?
나는 그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ㅣ 아이의 가족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