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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목에 걸렸을 때

10월 3주, 목요일

by thera 테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의 놀이도 정리가 시작될 즈음

작업코너에서 '하. 지. 마...'라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오리고, 접은 아이의 작업물을

다른 아이가 찢어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은 우르르 몰려있었습니다.


"친구가 만든 걸 찢으면 어떡해!, 빨리 사과해!!"

아이들은 서로의 편을 들며 감정이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친구들이 어떻게 해결할지 조금은 떨어져서 이 상황을 바라보았습니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보다, 아이들이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작업물을 찢은 아이는 말이 없었습니다.

꾹 다문 아이의 입술은 미동도 없었고,

친구들의 나무람에 오히려 감정이 고조되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때 한 친구가 나서서 이야기합니다.


"일부러 그런 거 같진 않은데, 그래도 친구가 만든 걸 찢은 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좋겠어"


조금 전까지도 서로의 감정이 부딪히던 공간이 한순간 조용해집니다.

그 말은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었고, 감정을 이해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사과를 강요하지는 않는 부드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잠시 후, 작업물을 찢은 아이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 침묵을 깹니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 말은 늦었지만, 진심이 담긴 사과였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그 감정을 마주하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의 그 말을 기다려준 선생님으로서의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됩니다.





유아기는 감정 인식과 표현이 점차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미안해'라는 말은 단순한 예절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회적 감정 조절 능력의 시작입니다.


아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숨기고,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자기 인식과 관계 회복의 경험을 쌓아갑니다.


사과를 강요받는 순간, 아이는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감정을 이해하려는 또래의 말이나, 선생님의 기다림과 존중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진심을

담은 사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선생님은 갈등 상황에서 즉각적인 개입보다 아이들의 감정 흐름을 지켜보고, 관계 회복의 과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다시 만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다림과 존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의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바꾸고 감정을 정리하는 순간, 선생님은 아이들 안에 있는

사회적 감수성과 회복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까요?


ㅣ 아이들의 갈등 상황에서

선생님으로서 나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바라보나요,

행동을 먼저 판단하나요?


ㅣ 아이의 사과가 늦어질 때, 아이의 그 침묵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게 되나요?



https://www.instagram.com/picturebook_th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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