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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나는 왜 나를 미워할까?

에피소드 3 : 내 안의 비판자와 대화하기

by thera 테라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비판자의 목소리를 하나쯤 품고 살아갑니다.

그 목소리는 실수를 했을 때, 누군가 나를 외면했을 때,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할 때 불쑥 튀어나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게 최선이었어?”

“넌 왜 항상 부족하니?”

“다른 사람은 잘만 하는데..”


이 목소리는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누군가의 말, 실망스러운 표정, 비교당했던 순간들이 조금씩 내 안에 쌓여 이제는 내 목소리처럼 굳어져버린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의 비판자(Inner Critic)라고 부릅니다. 이는 자기비판(Self-criticism)의 형태로 작동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깍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 비판자는 자존감을 낮추고, 자기수용을 방해하며 감정적 회복을 어렵게 합니다.

이 목소리는 때로는 나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더 나아지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미리 깍아 내리는 것입니다.


“기대하지 마, 실망할 테니까.”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런 말들은 마치 방어막처럼 작동하지만, 결국 나를 더 작게 만들고, 내 안의 가능성을 위축시킵니다.

이 비판자는 종종 타인의 목소리와 닮아 있습니다. 부모님의 실망, 선생님의 비교, 친구의 무심한 말투.

그 말들이 반복되며 내면화되고, 이제는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 목소리와 대화할 수 있다면, 그 힘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인식하고, 그 말에 반박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함께 들려준다면 말이지요.


“나는 부족하지 않아. 나는 지금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점점 더 좋아질 수 있어.”

“나는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어”


라고 답하는 것은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 수 있지만 반복될수록 내면의 비판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못하고 우리는 자기혐오에서 자기이해로, 자기비판에서 자기자비로 조금씩 시선을 이동시키며 내 안의 비판자가 자리했던 그곳에 나를 이해하는 목소리, 나를 응원하는 말, 나를 지켜주는 감정이 조금씩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난 내가 좋아!] 낸시 칼슨, 보물창고 , 2007


주인공 돼지 소녀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내면의 비판자에게 단호하게 말하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태도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그녀는 자신의 통통한 배, 조그마한 발, 도르르 말린 꼬리까지 모두 좋아한다고 말하며,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실수, 행동까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내겐 아주 좋은 친구가 있지. 그 친구는 바로 나야!”라는 말에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친구처럼 대하며 내면의 비판자가 ‘넌 부족해’ ‘넌 틀렸어’라고 말할 때, 그 목소리를 자기 자신이 직접 반박하고 전복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을 외부의 평가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을 비판의 대상이 아닌, 지지와 위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자기 비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내면의 따스한 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돼지 소녀의 밝고 당당한 태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내 안의 비판자와 어떻게 대호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줍니다.

그 작은 소녀는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을까?’라고 말이지요.





내 안의 비판자는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나요?


우리 마음속에는 때때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넌 부족해’ ‘왜 그렇게 못해?’ ‘다른 사람은 잘만 하잖아.’


이 목소리는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우리가 실수할 때, 주저할 때, 새로운 걸 시도하려 할 때 조용히

속삭입니다. 처음엔 그 목소리가 우리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실망하지 않도록, 실패하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말이지요.

하지만 그 목소리는 점점 커져 우리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자신을 믿는 마음을 흔들고, 때로는 우리를 멈추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제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 존재를 적으로 여기기보다는 내 안의 오래된 친구처럼 마주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질문들은 내면의 비판자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첫 걸음이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시 나를 믿기로 결심할 수 있습니다.



l 너는 나를 지키고 싶었지, 그건 알아.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 나는 나를 믿어.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야.


이러한 마음속 대화 연습은 내면의 비판자에게 보내는 단호한 선언이자 자기 자신을 향한 따스한 약속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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