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 나를 향한 날카로운 말들.
‘가장 가까운 내가, 가장 날 아프게 할 때.’
‘나를 가장 미워하는 건 배운 감정일 뿐, 진짜 나의 본심은 아니다.’
불안은 때때로 방향을 바꿉니다.
세상 밖으로 향하던 감정이 조용히 내 안으로 들어와 가장 가까운 나를 향해 날카롭게 꽂힙니다.
“왜 나는 이 정도도 못하지?”
“다른 사람은 잘하는데, 나는 왜 이래?”
“내가 부족해서 그래.”
이런 말들은 누군가에게서 듣기보다는 내가 나에게 반복해서 건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더 잘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말이 반복되면서 마음은 점점 움츠러들고 자존감은 깎여, 어느 순간 바닥을 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내면화된 자기비판(Internalized Self-Criticism)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말이 내면의 목소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지요.
이 목소리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어릴 적 들었던 비판적인 말들이 무의식에 남아 반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목소리가 절대적 진실은 아니라는 것.
그건 감정이 만들어낸 왜곡된 시선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안한 마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날카로운 언어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이제 그 말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렇게 말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말이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조용히 바라볼 시간입니다.
나를 다그치고 비교하고 비판하는 마음은 자기 이해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부터입니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데이비드 섀넌, 비룡소, 2006
카밀라는 다른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아욱콩을 좋아하지만 절대 먹지 않습니다.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수십 번 옷을 갈아입으며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꾸미기에 바쁘지요.
카밀라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정하는 날들을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게 두려운 카밀라의 애처로운 노력은 계속됩니다.
그런데 학교 가는 첫날 아침, 카밀라의 온몸에 알록달록한 줄무늬가 생기는 ‘줄무늬병’에 걸리게 됩니다.
그 줄무늬는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라, 자기부정이 만들어 낸 감정의 흔적의 상징입니다.
의사, 과학자, 심리학자, 방송국 기자, 약초학자, 주술사까지 총 출동하여 그녀의 정체 모를 병을 치료하겠다고 나서지만, 외적인 제안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그럴수록 그녀의 줄무늬는 알약처럼, 곰팡이처럼,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 카밀라에게 아욱콩을 건네고, 카밀라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자기비판은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시선을 내면화했을 때 자기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과정을 줄무늬라는 시각적 강렬한 상징을 통해
"나를 미워하는 마음은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한 결과일 뿐,
진짜 나는 그 시선 너머에 있다."라고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내 마음의 줄무늬는 사라질 수 있다’라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자신에게 건넵니다.
그중에는 날카로운 칼날로 베이듯 상처를 내고 나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말도 있지요.
“왜 나는 이 정도도 못해.” “그때 그렇게 했어야지.” “넌 항상 왜 이래.”
이 말들은 누군가에게서 듣기보다는 내가 나에게 반복해서 속삭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말들이 내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지금,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 볼게요.
ㅣ 내가 나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지금 떠오른 문장을 적어보세요. 그 말은 어떤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나요?
그 말은 습관처럼 반복되지만 그 안에는 감정의 신호가 숨어 있어요.
ㅣ 그 말은 어떤 감정에서 오는 걸까요?
그 말이 나올 때, 내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나요?
감정을 인식하는 순간, 그 말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어요.
불안 : 실패에 대한 두려움
실망 : 기대에 못 미친 자신에 대한 낙담
자책 :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
두려움 : 타인의 평가에 대한 긴장
외로움 :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
ㅣ 그 말이 내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내 감정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위축됨, 무기력함, 자존감 저하, 자기혐오 등)
ㅣ 그 말 대신, 지금의 나에게 건넬 수 있는 새로운 문장은 무엇인가요?
이제 그 말의 자리에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문장을 대신해 볼게요.
-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 실수해도 괜찮아, 그건 나를 성장하게 해.
- 조금 느려도 괜찮아. 나는 나만의 속도로 가고 있어.
- 그때의 선택도,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순간이야.
- 나는 나를 믿어도 괜찮아.
그 문장을 적어보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도록 마음속에 담아두세요.
작은 종이에 적어 지갑이나 책상 위에 두어도 좋아요.
시선이 닿는 곳에 붙여두면 볼 때마다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