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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안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에피소드 4 : 내 마음의 안전지대

by thera 테라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도, 안심은 자라날 수 있어요.


불안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긴장하고 몸은 조용히 경계태세에 들어갑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불안을 없애려 애쓰기도 하고, 그 감정을 밀어내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지요.

오히려 더 조용히, 더 깊이 우리 안에 머물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자기 위로(self-soothing)’ 능력으로 설명합니다.



불안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힘이지요.

어린 시절 손가락을 빨거나, 울음을 터트리면 안아주고 괜찮다 이야기해 주던 부모의 품은

우리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심리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안전기지(Secure Base)’였습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이 안전기지를 인간의 정서적 회복에 꼭 필요한 심리적 피난처 라고 설명했습니다.

불안하거나 위협을 느낄 때, 마음이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자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곳으로 성인이 된 우리는 그 안전기지를 스스로 만들거나 관계 속에서

그 위로의 방식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그 위로는 아주 작고, 조용한 순간에 찾아오곤 합니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바라보던 시간,

따스한 차 한 잔을 누리며 숨을 고르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을 흥얼거리고,

익숙한 냄새를 느끼고,

누군가 건넨 따스한 말 한마디에도.


그건 모두 불안한 마음이 잠시 쉴 수 있었던 작은 안심의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 쓸 필요가 없지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안심은 거창한 위로가 아닙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내가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작고 확실한 감정입니다.


당신의 마음에도 그런 안전지대가 하나쯤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을 잊지 않고 자주 들리기를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안심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키워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안심은 언젠가 당신이 누군가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는 힘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불안] 조미자, 핑거, 2019


이 그림책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작은 공들이 굴러와 아이를 넘어뜨리고, 문을 열면 낭떠러지 아래 거친 파도가 펼쳐지는 장면처럼 불안이 어떻게

일상 속에 스며드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문 뒤로 이어져 있는 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것 같은 금기를 깨는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불안이라는 정체는 우리가 금기로 다루어야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 끝을 따라가 등장하는 ‘큰 오리’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통해 알게 됩니다.


처음엔 무섭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아이를 따라다니지만,

이내 마주 앉아 조용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작아지는가 싶더니 결국엔 어디든 함께 가기도 하고

나란히 앉아 서로를 부둥켜안기도 잠든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가 되어갑니다.

이 장면은 불안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그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이 그림책은 불안을 인지하고,

그 감정과 친구가 되는 것을 시도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안전기지처럼 불안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안심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닌,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불안]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단순히 ‘나쁜 것’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안에 숨은 감정의 결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고 들려줍니다.

‘불안은 나를 해치려는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나만의 안전지대 찾기.


불안 속에서도 당신을 잠시 쉬게 해주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 어딘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요.

지금 그 마음의 안전지대를 떠올려보세요.

그곳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색, 어떤 소리, 어떤 온도를 가지고 있나요?


l 기억 속의 안심했던 순간을 꺼내 보세요.

l 최근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l 그 순간, 내 몸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l 그때 내 마음은 어떤 상태였나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우리는 안심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키워갈 수 있어요.

오늘 하루, 나를 잠시 쉬게 해 줄 수 있는 작은 루틴 하나를 정해 보세요.

나를 위한 안전지대를 찾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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