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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나는 왜 나를 미워할까?

에피소드 2 : 비교의 늪에 빠질 때

by thera 테라

불안은 때때로 비교라는 옷을 입고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자리, 옷차림, 소유물, 관계, 성취 등..

타인의 모든 것이 나를 향한 기준이 되어버릴 때 마음은 겁 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타인의 모습에 나를 겹쳐보며 자신을 작게 만드는 비교의 늪에 빠질 때, 그 시선은 내 안에 스며들어 마음의 중심을 흔들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흐리게 합니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사회적 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제안하며 사람은 자신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사람이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적절한 비교는 동기가 되고 성장을 이끌기도 하지만, 그 비교가 지나치게 외부의 보이는 모습에만 의존할 때, 우리는 자신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특히 SNS는 비교의 온상이 됩니다. 타인의 삶은 잘 편집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고, '좋아요'와 '팔로워' 수에 집중하다 보면 나는 부족하고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관계 속에서 타인의 ‘보이는 모습’만을 기준으로 삼으며 우리 자신을 찾으려 애쓰지만 이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교의 늪에 빠지게 되고, 결국은 타인의 그림자 속에 나를 잊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교는 불안을 자극하고, 불안은 자기비판을 강화하며 자기비판은 자존감을 무너뜨립니다. 이 흐름은 마치 끝없이 퍼지는 물결처럼 내면 깊숙한 곳까지 요동칩니다. 그 물결은 자신을 향한 믿음을 흔들고, 자기 존재의 가치를 의심하게 합니다.


하지만 비교는 때로 나를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더 나은 방향을 향한 자극이 되기도 하고, 나의 자리를 점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비교가 나를 깍아내리고, 존재의 가치를 흔드는 방향으로 흐를 때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교의 시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인의 모습이 아닌, 나의 여정과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비교가 아닌 '참조'로 삼는다면, 타인의 모습은 나를 깎아내리는 기준이 아니라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거울은 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되, 나를 비하하거나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빠르게 달리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향을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믿음은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엔 나를 나답게 살아가게 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 맥스 루케이도 글, 세르지오 마르티네즈 그림, 고슴도치, 2002.


작은 나무 사람들 ‘웸믹’은 서로에게 스티커를 붙이며 평가를 합니다.

잘생기고 똑똑한 웸믹에게는 별표 스티커를, 실수하거나 서툰 웸믹에게는 회색 점 스티커가 붙게 됩니다.

주인공 나무 사람 펀치넬로는 회색 점만 잔뜩 붙은 웸믹입니다.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무슨 일을 해도

별표는 받지 못하고 자신을 점점 작고 부족한 존재로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펀치넬로는 루시아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집니다. 지금껏 만났던 그 누구와도 다른 모습을 지닌 루시아는 다른 사람들이 별표나 점표를 붙이면 그것이 이내 떨어져 아무런 표식도 달고 있지 않았습니다. 의기소침해하던 펀치넬로에게 루시아는 그 비결이 목수 아저씨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희망을 안고 찾아간 엘리목수는 펀치넬로에게 ‘너는 특별하단다’는 말을 건넵니다. 펀치넬로의 마음 깊은 곳에 그 말이 닿는 순간, 붙어있던 회색 점 스티커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펜치넬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애쓰지만, 회색 점만 늘어가는 날들.

그런 펀치넬로가 루시아를 만나고, 엘리를 통해 '너는 특별하단다'라는 말을 들으며 변화하는 장면은 마음 깊은 곳에 위로가 되어줍니다.


[너는 특별하단다]를 따라가다 보면 깨닫게 됩니다.

나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을 잘하거나, 무엇을 못해서 매겨지는 것이 아닌, 나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스티커가 붙지 않는 루시아처럼,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나를 향한 믿음입니다.




비교의 순간에 나에게 묻기.


비교의 순간, 마음속에서 이런 대화를 나눠보세요.


“나는 왜 지금 이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있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이 사람의 모습일까?


이 질문들은 비교의 방향을 바꾸고 자기 이해로 향하는 문을 열어줍니다.

비교는 때때로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나를 작게 만들고,

나의 고유함을 흐리게 합니다.

그럴 때,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l ‘나는 지금 어떤 감정 속에 있지?’

l ‘이 비교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나, 아니면 나를 무너뜨리고 있나?’


이런 질문들은 나를 타인의 기준에서 꺼내어, 나만의 기준으로 되돌려줍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다시 나를 믿기로 결심할 수 있습니다.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은, 나를 향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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