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장. 외로움이 나를 안아줄 때

에피소드 1 : 혼자 밥을 먹는 날.

by thera 테라

혼밥, 혼자 밥을 먹어 본 적 있나요?


‘나 혼자’ 가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체 가구 중 약 40%가 1인 가구인 ‘혼자 사는 삶’은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할 정도로 ‘나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이고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선택이 되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여행을 떠나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라는 말속에는 단순한 생활 방식 이상의 감정이 숨어있습니다.

혼밥은 때로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때로는 가장 깊은 외로움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식당 한편, 조용한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국을 한 숟갈 떠먹으며 주변의 웃음소리와 대화가 멀게 느껴질 때, 문득 마음이 허전해지고 그 순간, 깊은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심리학적으로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음’이 아니라, 정서적 연결이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혼밥은 그런 연결의 부재를 가장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식사는 단순한 생존 행위가 아니라 정서적 교감의 장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확인합니다. 반대로 그 연결이 사라진 순간, 마음은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혼자인 걸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이때 중요한 건, 그 외로움을 없애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타라 브랙(Tara Brach)은 이를 급진적 수용(Radical Acceptance)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불편한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그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들어주는 태도입니다. 혼자 밥을 먹는 그 순간은 외로움만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시간입니다. 내가 나를 챙겨주는 시간이고, 내가 나를 돌보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잘 살아냈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그 짧은 순간이 내면의 정서조절을 돕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시작이 됩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은 그렇게,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날, 나는 나와 함께 있는 법을 배워갑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가끔은 혼자가 좋아] 에이미 헤스트 글/필립 C. 스테드 그림, 한빛에듀, 2023


혼자 앉은 테이블 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 앞에서 수저를 들기 전, 마음이 조용해집니다.

주변의 웃음소리가 멀게 희미해지고, 그 고요 속에서 문득 나의 감정이 또렷해집니다.

밥을 먹는 것은 익숙한 일인데 어느 날은 혼자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조용한 식탁 위, 마음은 생각보다 더 많은 소리를 냅니다.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감정의 소리,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그 속에서 선명해집니다.


[가끔은 혼자가 좋아]의 아이도 그런 순간을 살아갑니다.

혼자 쿠키를 먹고, 혼자 바닷가를 걷고,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누립니다.

그 시간은 외롭기보다 평온하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공간에서 아이는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워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텅 빈 고요만은 아니라는 걸, 그 안에서 나를 돌보는 연습이 가능하다는 걸 아이는 몸으로 느끼고, 우리는 그 장면을 통해 배웁니다.


혼자 밥을 먹는 날, 우리도 그런 연습을 합니다.


혼자라는 사실을 급하게 채우려 하지 않고, 그 고요 속에서 나의 감정을 조용히 들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렇게 혼자 있는 순간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를 더 다정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식탁


식탁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 외로움이 싫어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배달음식에 의존하거나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단 요리로 끼니를 채우기도 합니다. 그렇게 채워진 식사는 요기를 채우고 배를 부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허기진 채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배고픔보다 마음의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마주 앉아 웃고 떠들던 기억이 떠오르면, 지금의 고요함이 더 깊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작은 선택을 합니다.

뜨거운 국을 데우고, 반찬을 꺼내고, 수저를 들어 나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하는 일.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나를 챙겨주는 시간입니다.

누군가 나를 바라봐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혼자 밥을 먹는 날, 나는 나와 함께 있는 법을 배워갑니다.

외로움을 밀어내지 않고, 그 감정을 조용히 들어주는 연습을 합니다. “오늘도 잘 살아냈어.” 그 짧은 말이

마음속에 따뜻하게 퍼지며, 혼자라는 사실을 다정하게 감싸줍니다.


l 오늘은 나 만을 위한 식탁을 준비해 보시면 어떨까요?

식탁에 놓인 그릇 하나, 수저를 드는 동작 하나, 하나에

‘나는 나를 돌보고 있어’라는 메시지가 담기도록요.

keyword
이전 09화2장. 나는 왜 나를 미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