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장. 외로움이 나를 안아 줄 때

에피소드 2 :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리운 밤

by thera 테라

하루의 분주함이 녹아드는 조용한 밤.

낮 동안의 바삐 움직이던 몸과 마음이 하나둘씩 정리되며 고요 속으로 가라앉는 시간입니다.

불을 끄고 누운 침대 위,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고 켰다 껐다, SNS를 한참이나 둘러보지만, 내 이름을 부르는 인사도 안부도 없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마음은 점점 더 선명해집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리운 밤.

그 말은 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어땠어?” “오늘도 수고했어.”


그저 나를 향한 짧은 관심이면 충분한데, 그 말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저리기까지 합니다.

관계의 단절은 소리 없이 찾아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의 삶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조금씩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도 조용히 닫혀갑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애착대상을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전감을 느끼고, 그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마음이 허기짐을 느낍니다.


그리움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누군가와 나누던 일상의 조각들이 이제는 혼자만의 기억이 되어 밤마다 마음을 두드립니다. 그런 밤,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내려다 멈추고, 누군가는 아무 말없이 화면을 끕니다.

그리움은 외면보다 더 조용하게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유효성(Emotional validation)을 사람이 가장 깊이 갈망하는 감정 중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내 감정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그 감정이 괜찮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존재의 확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밤, 누군가의 말이 닿지 않을 때,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말을 건넵니다.


‘오늘도 잘 살아냈다고.’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 말은 누군가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따스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그리운 밤, 우리는 그리움 속에서 자기 자신을 꺼내는 법을 배워갑니다.

그 말이 오지 않아도, 그 마음은 여전히 살아있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우리는 깊은 밤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 나탈리 비스 글/쥘리에트 라그랑주 그림, 책 읽는 곰, 2023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그것은 조용히 다가와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함으로 남습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잊은 듯하다가도, 문득 고요한 순간에 그 감정은 다시 고개를 듭니다.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는 그런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두 존재의 만남으로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오랜 시간 혼자 살아온 앙리 할아버지와,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아기 코끼리.

서로 다른 이유로 외로운 두 존재가 우연히 만나,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그러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

말은 없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하고 그 속에서 조용한 교감이 피어납니다.


이 그림책은 말보다 시선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합니다.
내 감정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경험, 정서적 유효성을 앙리 할아버지와 아기코끼리의

조용한 교감으로 보여줍니다.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는 외로움이 단절이 아니라 연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누군가의 외로움과 마주하게 될지도, 나의 내면에 자리 잡은 지독한 외로움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 속에서 당신의 마음도 조용히 꺼내어 안아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어땠어?


밤이 되면 마음은 더 조용해지고, 조용함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기대하게 됩니다.


“오늘은 어땠어?”

“수고했어, 오늘도”

“그 마음, 이해해”


그 말들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그 말이 내 감정을 알아봐 주는 순간이 나를 존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내 감정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그 감정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순간, 그 짧은 교감이 마음을 살리고,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숨을 쉬게 해 줍니다.

그런 말 한마디를 기다렸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 기다림 속에서 나의 감정을 꺼내어 조용히 안아주는 연습을 해보는 일은 외로움 속에서도 나를 지켜내는 따스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지 못해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없어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 감정을 바라보고, 그 감정에 말을 걸어주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이제 그 마음을 꺼내어 작은 카드에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오늘 하루,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준 순간을 조용히 기록해 보는 시간도 좋겠어요.

말 한마디가 마음을 살리는 순간들. 그 순간을 직접 만들어보는 보는 지금, 당신의 마음도 조금 더 따스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 혹은 누군가에게 가장 건네고 싶은 말은 사실 아주 단순한 문장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어땠어?” 이 짧은 질문은 누군가의 하루를 인정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따스한 안부입니다.


l 2장의 카드, 혹은 종이를 준비하여 그중 하나엔

‘오늘은 어땠어?’라는 문장을 적고, 뒷면에는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을 한 줄로 적어봅니다.


l 다른 한 장의 카드엔

누군가가 내 감정을 알아준 순간, 혹은 내가 누군가의 감정을 알아준 순간을 기록해 봅니다.


그 순간은 짧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아 외로움을 덜어주는 기억이 될 거랍니다.

keyword
이전 10화3장. 외로움이 나를 안아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