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 나와 함께 있는 법
약속도 없고 연락도 없는 조용한 오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빠르게 스크롤해 봅니다.
퇴근 후, 작은 약속이라도 잡을까?
하루의 고단함을 시끌벅적한 모임으로 녹여볼까,
오늘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날려볼까.
그러나 그 많은 이름들 사이 어디 하나에도 손길은 쉬이 멈추지 않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한참이나 망설이던 손가락은 결국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조용히 주머니로 넣어둡니다.
집으로 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상점들의 조명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빛나 보이고
호기를 부리는 젊은 친구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메웁니다.
초저녁부터 취기에 오른 듯 조금은 들떠있는 발걸음들.
이 모든 것이 오늘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그 순간, 나는 나와 함께 있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시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저녁.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자기 친밀감(self-intimacy)이라고 부릅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능력.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이 아닌 회복의 공간으로 바꾸는 힘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종종 외로움을 결핍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때로,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끊고
나와 다시 연결하는 기회를 줍니다.
그럴 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나와 함께 있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것을.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가장 조용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나를 다시 믿게 만드는 가장 따스한 순간이 됩니다.
[마음 쉬기] 차현 글 / 차영경 그림. 달그림. 2025
[마음 쉬기]는 바쁘고 불안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제안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준비운동을 하는 마음의 모습으로 시작되며 주인공은 '마음이'와 단짝 '앓이'가 등장해 이 둘의 모습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감정을 따스하고 유머 있게 펼쳐갑니다.
'마음도 운동이 필요해요'
문장을 통해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는 대신 마음과 함께
숨 고르기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 숨 고르기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놓치지 않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 쉬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도 잘 쉬고 있나요?'
이 질문은 단순한 안부가 아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찾으라는 초대입니다.
잘 쉬어야 다시 움직일 힘이 나듯,
혼자의 시간을 잘 지내야, 나 자신과 연결하는 법을 배우고 회복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저 나와 함께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이 그림책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전해줍니다.
나의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아보세요.
퇴근 후, 아침 준비 전, 주말 오후 등.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그 시간에 하고 싶은 '나만의 활동'을 적어보세요.
조용히 책 읽기, 좋아하는 차 마시기, 음악 듣기 등을
떠올려 보세요.
모든 시간을 활동으로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쉬는 시간'으로 남겨두어도 좋아요.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