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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Feb 13. 2022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나만의 중심 잡기

어느 기사에 보니 불경기와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이 욜로(YOLO)에 빠졌다가, 부동산이 오르고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투자에 나섰다고 합니다. 부동산이 너무 오르니 자금이 부족해 다음 순서로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왔다고 하는군요. 이 기사를 좀 거칠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취업도 안 되고, 경기도 나쁘고… 더 나아질 것이 없네. 집은 무슨 … 지금이라도 즐기자.”

“집값이 올라서 벼락거지가 되었네. 어떻게라도 집을 사야겠어.”

“집은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전혀 없네. 가진 돈 몽땅 털어서 주식이라도 하자.”


만일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류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욜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산시장 흐름과 관계없이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해야 하고, 집값이 오른데 따른 상대적 빈곤감에는 둔감해야 합니다. 오히려 집 사고 대출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욜로가 유행이니 휩쓸려 돈 쓰며 지내다가 집값이 오르고 부자되기 열풍이 부니 그제서야 돈 모으기에 나선다면, 여름에 놀다가 추위가 오자 구걸하러 다니는 베짱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만약 이러다 자신시장에 겨울이 와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고 자포자기한다면, 그저 (온수를 틀자 너무 뜨거워 냉수를 틀고, 다시 차갑자 온수를 트는) ‘샤워실의 바보’가 될 뿐입니다.


반면에, 현명한 투자자들은 집값이 더 내려가지 않는 시점에 집을 사거나,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주식시장에 투자금을 늘렸을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돈이 전부라는 뜻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고 돈에 진심인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고, 기회를 놓친 사람들의 상당수는 기회에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패셔니스타에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최신 트렌드를 재빨리 받아들여 돋보이는 부류가 있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들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전형적인 부자들은 금강 구두를 신고 제네시스를 탄다고 합니다. 가성비를 중시하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SNS에 뜨는 곳을 쫓아다니고, 소위 핫하다는 옷을 따라 입으면, 취향이 고급화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유행을 좇을 뿐입니다. 해외여행이 유행해도 등산을 가고, 남들이 후드와 스니커즈에 열광해도 양복을 입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게 자기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와 돈 관리 역시 자신만의 길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곳에 쓰고, 싸거나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투자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남들이 소비하는 것을 따라 사고 남들의 투자를 따라 하면서, 그것이 자신이 원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남의 생각을 나의 판단이라고 착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핑곗거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없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벼락거지가 된 것은 정부가 집값을 올려놨기 때문이고, 내 주식이 하락한 것은 사악한 기관들이 공매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에 구조적인 문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당연히 모두 내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매몰되면 안 됩니다.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어려움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뿐입니다.


다수가 욜로에 열광하고 집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악착같이 모으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과 돈을 정치가에게 맡길 생각이 없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들은 교육부에 찾아가 의견을 관철시키기보다는 좋은 학원을 찾는 길을 택합니다. 그 방법이 더 빠르고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정책과 사회구조를 탓하기 전에 누군가는 왜 나와 다른 선택을 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도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합니다. 10년이 넘도록 미국 주식이 자산시장을 주도하면서, 미국 시장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현명한 투자자들은 2000년대 중반 모두가 중국시장에 올인할 때, 중국시장 다음은 어디인지, 다가올 위험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가는 길을 함께 가면 마음은 편하지만, 다른 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은 끝났다 생각하고 욜로에 심취해 있던 것도 고작 수년 전일뿐입니다. 자신시장의 큰 변화는 선지자들에게는 너무 더디게 오고, 유행을 좇는 사람들에게는 갑작스레 들이닥칩니다. 그래서 시장은 모두에게 어렵습니다.


돈이 최고의 덕목이니 절약과 투자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들여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故) 신해철 씨의 노래 중에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곡이 있습니다. 10대 시절에 듣던 노래의 가사를 마흔이 넘어서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됩니다. 고민 없이 사는 대로 살면 의도하지 않은 길을 가게 됩니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언론은 보복소비와 해외여행 재개를 떠들어 댈 것입니다. 그때 당신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지 지금 미리 생각해두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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