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해도 제자리인 이유
연 복리 수익률 별로 20년간 투자할 경우 결과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위 표를 보면 연 복리 수익률이 10% ~ 15%는 돼야 복리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 복리 수익률 10%로 10년 동안 굴리면 원금이 2.6배가 되고, 연 복리 수익률 15%를 실현할 수 있다면 5년마다 재산이 2배씩 늘어나 20년 후에는 16배가 됩니다. 따라서 연 복리 수익률 10% ~ 15%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첫 번째 방법: 수익률 높이기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목표 수익률을 높여서 연 복리 수익률 10% ~ 15%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매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목표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손실폭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다양한 가정 중에서 제 나름대로 현실적이라 생각하는 가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연간 수익률 5%, 10%, 15% 각각을 목표로 잡고 5년에 한 번 목표 대비 2배 손실을 본다는 가정입니다.
매년 10%나 15% 수익을 내도 5년에 한번 20% ~ 30% 정도 손실을 보면, 예상과 달리 연 복리 수익률은 3% ~ 4%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과가 예상에 못 미치는 이유는 손실을 볼 때마다 복리효과가 깨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복리가 효과를 내려면 꾸준히 종잣돈이 증가해야 하는데, 중간중간 손실을 보면 그때마다 다시 시작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를 보고 나면 “높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열심히 투자하는데도 제자리인 이유는 수익률에만 집착하고 손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2. 두 번째 방법: 저축하며 잃지 않는 투자하기
다음으로 손실을 보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투자하면서 저축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복리효과와 더불어 강력한 저축이 함께 하기 때문에, 정기예금 정도의 3% ~ 5% 수익률만 꾸준히 내도 연 복리 수익률이 10% ~ 15% 수준을 기록합니다. 저축액을 늘리고 욕심내지 않는 범위에서 수익률을 1%p ~ 2%p 정도만 높이면 연 복리 15%를 현실화할 수 있게 됩니다.
별다른 투자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여유로운 집들이 있습니다. 이는 집을 사고 알뜰하게 꾸준히 저축하는(대출 상환하는) 경우에 종종 나타납니다. 서울 아파트의 과거 연평균 수익률은 대략 4% ~ 6% 수준입니다. 이 수익률을 복리로 누리면서 저축이 더해지면 위 표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3. 세 번째 방법: 저축하며 공격적인 투자하기
그럼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꾸준히 저축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투자에서 손실이 간혹 발생하겠지만 저축으로 메우면서 2번 경우보다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달리 2번과 별다른 차이도 없고 특별한 우위는 더더욱 없습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가 이거 밖에 되지 않는다니 허탈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손실에 따라 복리효과가 깨지면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와 손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투자 공부에 열을 올리며, 고수익을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십수 년간 열심히 투자했고 수익도 꽤 낸 것 같은데, 막상 은퇴할 때가 되면 열심히 투자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노후를 대비하는 장기 레이스에서는 높은 수익률보다 손실을 막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손실의 무서움을 모르면 손에 땀을 쥐며 흥미진진하게 잃어갈 것이고, 손실의 무서움을 깨닫게 되면 매년 지루하게 재산이 늘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