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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 Apr 25. 2021

일주일에 하루 채식하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을 늘려보자





퇴사를 하고 내가 가장 먼저 신경을 썼던 것은 '건강'이었다.


건강을 챙길 때는 운동과 식단을 신경 써야 하는데, 운동은 작년에 8개월이나 끊어놓은 헬스장에서 하기로 하고 식사를 세심하게 챙기기로 했다.


회사를 다닐 땐 아침, 점심 끼니 거르는 건 대수고, 저녁에 돌아오면 배달 음식,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야식까지. 그런데도 살은 점점 빠졌다. 밥 차려먹기 귀찮다고 빵만 먹은 날도 있으니, 소화에 문제가 생겨서 식사하는 양도 줄었다. 그런데도 커피는 꼬박꼬박 챙겨 먹었으니 위가 남아날 리 없었다.


소화제를 식사 때마다 챙겨 먹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던 중에,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보게 되었다.



'씨스피라시'는 상업적 어업이 바다 환경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로, 영상 안에 죽어가는 생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가 몸통만 바다로 던져져 버둥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다큐에는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고기를 먹을 때 어떻게 내 식탁 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상상해본 적 없지만, 그 과정이 좋았을 리만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이 바다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다음 날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던 나는 싱싱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가장 좋아했다. 영상을 보기 며칠 전에 대형 마트에 가서 새우와 냉동 생선을 잔뜩 사다 두었다. 날이 더 풀리면 오빠와 낚시를 다녀볼 계획이었는데 그 마음이 시들해졌다.


다큐멘터리 영상 말미에 우리에게 제안한 방법은 생선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건 바다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만 수은 섭취를 줄여 내 몸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생선을 안 먹는다고?'


인터넷으로 채식에 대해 찾아봤는데 걱정부터 됐다. 매일 같은 것만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게 채소라면 더더욱!


그래도 내가 환경을 위해 꾸준히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도서관에 다녀왔다. 빌려온 책 중에 <채식 연습>이라는 책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Meat Free Monday)'라는 캠페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야! 나도 할 수 있겠지 않을까?



회사를 나와서 내가 관리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생겼지만, 그동안 나는 그 시간을 내 일과 공부에만 썼다. 건강에 쓰는 시간의 양과 질은 달라지지 않았었다.


이번에 채식에 관한 책을 읽고, 음식이 나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먹기 쉽고 편리한 것만 찾지 말고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일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겠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하기를 도전하기로 했지만 (월요일로 정했다), 그건 내가 이 루틴을 잊지 않기 위해 정해놓은 타이틀에 가깝다. 어릴 적부터 즐기던 생선과 해산물을 하루아침에 끊기는 어려우니, 금방 흐지부지 될 것 같아 그렇게 정했다.


'월요일'에서 점점 요일을 넓혀갈 것이다. 건강한 삶에 다가갈 수 있도록, 나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야지. 브런치에도 종종 관련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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