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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지 못한 퇴사, 그래서 더 진심이었다

용기 있게 퇴사했지만, 마음은 복잡했고 서툴렀다.

by 그러려니

팀장은 나의 퇴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런 팀장을 이해했다.

나도 퇴사를 잘 설명하지 못했으니까.

깔끔한 결심보다는, 몇 번을 망설인 진심이었다.


면담은 여러 번이었다. 팀장, 부문장, 다시 팀장.

휴가를 다녀오라는 제안, 다른 팀으로 옮기라는 대안도 나왔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떠나도 다시 제자리일 뿐이라는 걸.

새로운 환경에서도 나는 여전히 굳어진 채, 더 책임감을 짊어진 채 일할 것이란 걸.


팀원들은 놀랐지만, 내 진심을 알아주었다.

“미안, 나 먼저 갈게.” 내 속마음은 그렇게 말했다.

다섯 명이 힘겹게 버티던 끈에서 내가 먼저 손을 뗀 기분이었다.


처음 퇴사를 말했을 때 느꼈던 죄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뒤통수 맞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걸까 하는 마음에 스스로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내가 한 선택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묻게 되었다.

퇴사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이란 끈에서 누구도 먼저 놓기 힘든 걸,

나는 감히 했다.

미안하지만,

후련했다.

후련했지만…

곧 서글펐다.






내가 너 연초에 더 잘해보고 싶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을 때 부터 불안했어.
결국 이 사단이 나네.
너는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잘하고 싶어요.' 인데
뭘 자꾸 그렇게 잘하려고 해.
그냥 힘 좀 빼고 살아.
그래도 돼


- 퇴사 결정 한 후,

가장 많이 따르던 임원분께 퇴사한다고 처음 이야기 꺼냈을 때,

처음으로 나에게 하신 말씀이셨다.




그럼, 왜 다 옳다고 . 다 이해하고

'네네' 그런척 했어요? 속으로는 이해도 하나도 못하면서


- 팀장에게 처음으로 퇴사하겠다고 말했을 때, 설득해도 흔들리지 않으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내 모습으로 살라고 편히 살아도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더 노력해야 성장한다고 한다.

몇 년전 부터 성장을 선택한 나는,

노력하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상황속에서 위축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아닌 모습들로, 원하지 않은 모습들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감이 안왔다.

앞으로 뭘 나에게 더 원하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기적인 진심을 알았을 때는 더 이상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귀하게 쓰임 받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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