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대관람차와 불안한 밤
식사장소였던 더 크랩 팟 옆에 큰 대관람차가 있었다.
예쁘다고 생각했고 풍경이 궁금하긴 했지만 탈 생각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였는데, 여행에 함께 한 꼬마가 관람차를 타고 싶다고 하여 기쁘게 같이 타 보러 갔다.
The Seattle Great Wheel
1301 Alaskan Wy, Seattle, WA 98101 미국
줄을 서서 표를 사고 다시 줄을 서서 관람차에 타면 된다.
저녁시간이어서 그런지 평일이어서 그런지 줄이 길진 않았다.
다만 우리 앞뒤로 일행이 나뉘어서 줄을 서고 시끄럽게 떠들고 움직여서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른 넷에 아이 한 명, 다섯 명이서 한 번에 탑승할 수 있었다.
유모차는 가지고 탈 수 없어서 맡겨두고, 유모차가 있는 곳을 주시하며 야경을 즐겼다.
느리고 조용하게 시애틀의 야경을 감상하는 편안한 시간...
관람차 중심을 마주 보고 앉는 자리에서는 관람차가 오르고 내릴 때 이런 모습도 많이 본다.
그래도 이런 예쁜 뷰도 잘 볼 수 있으니 좋았다. 관람차는 느릿느릿하고 안에 있는 시간도 체감상으로는 짧지 않았다.
왜냐면 중간부터 유모차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유모차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가져간 걸까?
우리 앞 뒤에 있던 일행이 가져간 걸까?
도대체 그걸 왜 가져간 걸까?
직원들은 유모차 관리를 안 하는 걸까?
다른 데 있는데 잘못 본 건 아닐까?
느릿느릿한 대관람차가 이제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없어졌는데 당장 내려가서 찾을 수 없는 상황. 늦을수록 물건을 찾지 못할 텐데 갇혀서 한가롭게 아름다운 풍경을 봐야 하는 불안한 시간.
금세 대관람차의 의미가 바뀌어 버렸다.
아닐 거야, 직원이 옮긴 거겠지, 애써 생각하며 풍경을 즐겨보려 했지만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몇 바퀴를 돌고 내려주는데 드디어 내려주는구나,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싱겁게도 내리자마자 나가는 길에 예쁘게 놓여있는 유모차.
대관람차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맥이 빠졌지만 없어진 게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소란스럽고 날 불안하게 했다고 주변사람들을 의심했던 순간이 좀 미안했다.
관람차를 타고 나오는 길에는 상가를 지나가게 되어 있어 식사를 하거나 유아용 놀이기구를 타거나 가게에 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시간이 늦어 대부분의 가게가 닫힌 상태였지만.
유모차 소동이 해프닝으로 끝나 나와 친구는 금세 긴장이 풀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사진을 신나게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인 남자 두 명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지 우리에게 서둘러 차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처음 캐나다 여행 일정을 짤 때부터 내가 미국 일정을 넣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치안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던 여인들도 어느새 우리 주변에 인적이 매우 드물고 저 멀리서 두어 명의 신원 불명의 사람들이 어슬렁어슬렁 움직이는 것을 눈치챘다. 다시금 긴장과 불안을 장착한 채, 이 밤에는 편의점에 들르기도 불안하다는 동의를 나누고 서둘러 차에 타 문을 잠그고 숙소로 향했다. 불안했지만 낭만적인 시애틀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