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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uwriting Sep 13. 2023

끝없는 주문, 잔소리를 꽃처럼...

잔소리는 여전히 듣기 어렵지만 이젠 아름답게 들어볼랍니다

잔소리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2.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사전적 의미로 '잔소리'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하게 늘어놓는 말이나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참견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단 단어 자체만으로도 피로감이 듭니다. 사실 전 잔소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단 귀찮고 할 줄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는 무한한 잔소리를(아직도 여전히 ~ing입니다.) 듣고 살연서도 잔소리를 할 줄 모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할 뿐입니다.






잔소리를 '방어'하는 방법으로 성장하다



단언컨대, 제 성장의 양분은 순전히 ‘엄마의 잔소리‘입니다. 모든 대부분의 가정에서 잔소리꾼은 엄마들입니다. 마치 그것이 엄마의 역할이라도 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엄마의 잔소리가 성장 내내 끊어져 본 적이 없고 아직도 여전하십니다. 어릴 땐 그게 너무 듣기 싫어서 어떻게 하면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잔소리할 타이밍을 잡아 잔소리 들을 것을 미리 해서 엄마의 말을 막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잔소리를 직접 미리 실행하는 방식은 꽤 효과가 있어서 엄마 입에서 잔소리가 나오지 못할 때가 잦아졌습니다. 미리 입막음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못됐었구나 싶긴 하지만 당시엔 그게 왜 그리도 통쾌했던지... 그러나 역시 엄마는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였습니다. 입막음은 잠시, 또 다른 걸로 잔소리 영역은 그렇게 점점 확장이 되어갔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게으른 제가 조금은 부지런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영향이 컸을 거라 생각하지만 엄마에겐 여전히 굼뜬 자식입니다.




잔소리를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미리 짐작하고 실행해서 막기, 반복적인 것은 지칠 때까지 안 하고 버티기, 아니면 퐁당퐁당 하면서 약 올리기, 매일 연속적으로 어떻게 하면 잔소리를 피하거나 골탕 먹일까만 생각한 듯합니다. 그렇게 두뇌 회전을...







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는 이유


아직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할 줄도 모르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잔소리가 사람을 소모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잔소리를 자주 듣는 사람이 되면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같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그걸 그렇게 못하는 사람인가 ’ 하는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스스로 해야 할 것과 약속한 것은 지키는 편이었음에도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면에서 잔소리는 뭔가 해 볼 의욕을 쉽게 꺾어 버립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하찮거나 모자란다고 생각하게 되면 무언가 시도를 하는데 망설임이 생기기 쉽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주저앉아 버리고 원래부터 할 수 없었다고 자기 최면에 걸린 듯 포기할 우려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현실적으로는 서로 관계가 불편해집니다. 미리 예측이 되는 잔소리 때문에 만나기만 하면 아, 또... 이런 선입견이 생기면 가족간이라도 매 순간이 불편해집니다.




개개인의 성격적인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엄마들의 역할'이 잔소리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다른 다양한 행복을 맛볼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잔소리는 이제 넣어두면 좋겠습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모두 해야 할 것은 다들 합니다. 마음을 조금 돌려서 계기만 만들어진다면 잔소리는 정말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저 양념(?) 정도로만 남았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건대 저를 성장시켜 준 원동력은 엄마의 잔소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팔순 노모가 중년의 후반에 들어선 자식에게 하는 잔소리, 이젠 그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듣고 지냅니다. 새벽 5시부터 해가 중천에 떴다는 과장된 말도, 막 스물에 들어서면서부터 30대를 넘어 중년을 걱정하게 만들었던 잔소리도 부지런해지라는 말로 '제 마음대로' 이해하곤 했었습니다. 덕분에 마음먹고 계획한 것들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스스로 몸에 배었는지도 모릅니다.




50대에 들어서는 순간, 벌써 환갑을 맞는 자식으로 같이 늙어간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그게 곧 엄마 방식대로의 관심일 테고 살아온 방식일 테니 바꿔달라고 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그 덕에 제가 몸을 조금 더 움직이면 됩니다. 엄마가 참견할 만한 일을 찾았다는 것은 세상에 관심 둘 거리가 생겼다는 것이니, 아름다운 음악처럼 그대로 듣고 감상할 뿐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잔소리를 해 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니, 이젠 그저 ‘아름다운 관심’으로 듣고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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