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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판코치 Nov 03. 2019

책장을 샀다

나를 담은 책장

책장을 샀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책장의 비율을 정리해봤다. 전공 30%, 시 10%, 소설 10%, 철학 10%, 과학 10%, 인문교양 10%, 기타 사랑, 심리, 예술, 자기계발 등 10%. 나는 쓸데없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놀라운 것은 경제분야의 책이 딱 1권인 것이다. 그것도 지인이 써서 호의에 산 책이다. 내 가난을 증명하는 책장인가 싶어  씁쓸했다. 그래도 책장의 10%는 비어 있으니 마음만은 여유 있는 사람이라 하는게 좋겠다.


책장은 관심사만이 아닌 나의 역사도 보여준다.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않은 트레이너란 직업을 선택한 대신 꼭 성공하겠다고 공부하는 나. 긴 연애의 끝을 시와 소설로 달래던 나. 뜬금없는 삶의 허무함에 다양한 철학자의 말을 새기던 나. ‘철학은 다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 Fact가 아니잖아!’하며 과학을 파던 나. 도킨스를 만나 DNA에란 우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 실존주의란 밧줄을 타고 간신히 우물에서 빠져나와 젖은 옷을 털어내는 지금의 나 까지. 책장을 보고 있으면 나의 20대가 보인다.


책장을 산 기념과 곧 30대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나의 20대를 함께 했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예전부터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 떠벌려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는 일주일에 한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지난 달, 친구 결혼식 사회를 볼 때 이 책을 얘기하다 분위기가 싸해져 아픈 기억이 있는 책이다. 리뷰는 읽는 사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니 내 상상속에 맡겨 아픈 기억을 극복할 것이다.


나를 담은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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