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노동자입니다"
초등학생에게 노동자를 그려보라고 하면, 태반이 공장에서 작업모를 쓰고 일하는 사람을 그린다. 경비원은 노동자여도 아나운서는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트 계산원은 노동자지만 증권사 직원은 노동자로 치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은 노동자가 아니고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만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p.125
프란치스코는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인생 동반자 글라라를 만나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은 사랑스러운 리나ㆍ안나의 아빠가 되었다. 님과 함께 두 딸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었지만 가장으로서 부양의 의무를 해야 하는 가족제도는 떠난다. 365일 거르지 않고 삼종 기도로 자식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어머니, 팔순 노모가 있지만 성묘하고 제사 지내야 하는 조상은 버린다. 나고 자란 아름다운 고향을 그리워하고 언젠가 돌아가기를 꿈꾸지만 그곳만이 고향이 아니다. 세상 어느 곳이든 마음 닿고 걸음 머무는 곳이 그의 고향이다. 국적도 종교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노동과 사랑과 기쁨이 있을 뿐이다. 그는 오늘도 부드러운 손을 묵묵히 움직이며 기쁘게 노동의 탑을 쌓아 올리고 있다. 그는 이반의 나라에 들어가고 싶은 육체 노동자이고, 나는 톨스토이처럼 이반의 나라를 꿈꾸며 글쓰기 노동을 하는 정신노동자이다. 그가 자신의 바퀴를 굴려 노동의 탑을 쌓아 올리는 동안 나는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