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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만년필 Sep 20. 2020

생산자 시대의 균열

음악산업에서의 권력이동 #3

 20세기까지 음반 산업에서 생산자들은 늘 우월적 지위에 있었고, 카세트테이프와 CD로 고착화되어있던 음반시장에 안주하고 있었다. '세상은 계속 발전 진보하니, 언젠가는 다른 매체가 CD를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누군가 막연히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파일이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확실히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음반 생산자의 일원이었다면, 음악이 완전히 디지털화되더라도 폐쇄적인 SONY 휴대용 게임기 방식[새로운 방식의 저장매체와 그것만을 구동하는 장비(PSP+UMD, PSvita + vita Card)]을 차세대 음반 모델로 생각했을 것 같다.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음원을 저장, 삭제하는 우리가 사용했던 MP3플레이어 방식이 아니라 복제가 불가능한 칩 모양의 매체를 레코드샵에서 판매하는 형태를 끝끝내 고집했을 것이다.

SONY PSP+UMD(좌), PSvira+Vita Card (우)

어디선가 이런 방식을 고민하고 준비한 곳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산자 쪽에 충분한 시간과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틀림없이 이런 방식으로 넘어왔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엄청난 이권을 그냥 내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생산자들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그런 것을 준비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소비자 쪽에서 혁명이 먼저 일어나 버린다.


그건 스스로가 아니었다

 '완벽한 생산자의 시대(음악산업에서의 권력이동 #1)’에서 “음반 생산자들은 어떻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주었을까?”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말이다. 권력을 내려놓은 것은 맞지만 그건 스스로가 아니었다.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완벽한 통제안에 있었던 시장을 일순간에 송두리째 강탈당한다.


  과거의 음반 중심 체제에서 지금의 음원 체제로는 순조롭게 이전된 것이 아니다.  사이에 결코 간과해서는  되는 중요한  단계가  있었다. 90년대  2000년대  냅스터와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소비자 혁명의 주동자 P2P 사이트다.

 

 파일 형태로 된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복제가 용이하고 온라인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것이 소비자에게는 크나큰 매력이지만, 생산자에겐 재앙이 된다. 음반은 재고가 쌓이고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 안에 든 콘텐츠들은 이미 소비자들 사이를 넘나들고 있었다.


냅스터(좌)와 소리바다(우)
음악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로


 단계에서 처음으로 음악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어쩌면 일시에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경계조차 희미해졌고, 음악을 공급자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투쟁하여 쟁취한 것도 아니었고, 주도권이 어느새 넘어와 있었다.  이상 구매하지 않아도,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갖고 싶은 음악을 쉽게 가질  있는 방법이 생겨있었다. 접속해서 검색을 하면 없는 노래가 없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오직 음반을 구매해야만 가질 수 있던 음악이 소비자들의 수중에서 하나둘 mp3 파일로 생산, 재생산되었다.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생산자 시대에 균열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그런 MP3 파일들의 원천은 결국 CD의 디지털 기록이었을 테니, 쉽게 LP를 버리고 선택했던 CD라는 방식이 생산자들에겐 자충수가 되었다. 소비자들의 수중에 MP3 형태의 음원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 MP3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작고 예쁘고 편리한 휴대용 기기가 등장한다.  ‘아이팟’으로  대표되는 MP3 Player가 급속도로 보급되었다.

애플 아이팟 (이미지 출처 :Pixabay)

(표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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