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만년필 Sep 19. 2020

싱글과 공연은 외면했던 생산자들

음악산업에서의 권력이동 #2

자본주의 시장에서 힘의 불균형은 약자의 지갑을 더 얇게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약자는 소비자다.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면 그것의 유지만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이외의 것은 등한시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것이 불합리와 폐단을 낳기도 하는데, 과거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서는 그 현상이 유독 짙었다고 생각한다.

U2 서울 공연 (2019년 12월 8일 고척돔)

 공연을 보고 나면 대개 우리는 그 가수의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 생산자들에게 이런 식의 앨범 판촉 방식은 필요치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음악 생산자들은 공연에 자체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높지 않았던 것도 같다. 골치 아프고 준비하기 힘든 공연을 굳이 하지 않아도 충분한 음반 판매 수익이 있었던 때문은 아닌가 추측해본다.


 외국의 사례는 다르다. 더 이상 신보를 접하기조차 힘든 노장 아티스트들이 공연수입 랭킹의 상위에 위치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2019년 월드 공연 수입 Top 10에는 엘튼 존,  롤링 스톤즈, 본 조비, 메탈리카, 플릿우드 맥 등이 있고, 11위에는 80세에 가까운 폴 매카트니도 있다. 오래전부터 쭉 이래 왔다. 우리나라에는 예능에 출연하는 가수는 많지만, 그것만큼 공연을 꾸준히 하는 가수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공연에 대한 아티스트 본인의 의지나 철학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공연으로는 아예 만날 수 없는 가수도 많다. 어떤 가수들에게 공연은 가수라는 직업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 하는 이벤트성 행사에 불과한 듯도 보인다. 그나마 음반 시장이 붕괴된 후에는 공연이 부쩍 늘었다. 음원 수익이 많지 않은, 전성기를 약간 지난 아티스트들이 다른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전국투어도 확실히 많아졌다. 지방에 사는 음악팬으로서 아주 반가운 일이다. '아티스트는 공연에서 완성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 꼭 여러 곡을 묶은 앨범이어야 하나?  

 BTS가 앨범을 낼 때마다 언급되는 '빌보드 200'이란 앨범 차트가 있다. 매주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여 200위까지의 인기 순위를 발표하는 것이다. 앨범이라는 것이 수록곡 전체가 하나의 콘셉트로 구성되어 작품이 된 것도 있고, 좋은 곡들이 아주 많이 실려서 명반이란 칭호를 갖게 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왜 굳이 연결고리도 없는 여러 곡을 앨범의 형태로 묶어서 발매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12인치 정규 앨범(좌)과 이에 수록된 곡 ‘ Billie Jean’ 과 ‘Beat It’ 7인치 싱글 레코드(우)

 앨범 기원은 아무래도 저장매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서 깊은 매체인 LP, 담을  있는 최대한으로 곡을 수록한 것이 앨범이라는 형태가 되었을 이다. 지금은 음원 시대인데도 굳이 관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CD, LP 작은 사이즈의 싱글을  발매를 했다.  싱글은 대부분 앨범의 대표곡 위주이긴 하지만, 히트곡을 많이 찾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들의 행태이니 앨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싱글은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수가 있다. 다른 나라에 널리 퍼져 있던 싱글 음반을 우리나라 공급자들은  그토록 외면했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음반을 앨범의 형태로만 발매를 했다.

LP (이미지 출처 : Pixabay)

 전성기를 구가하는 가수라면 1년에 1장, 또는 그 이상의 앨범도 발표하게 되는데 신곡들이 물밀듯이 밀려 나오는 거대한 음악시장에서 소비자들은 히트곡만 듣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한 앨범에서 히트되는 한두 곡을 제외한 다른 곡들은 현저하게 품질이 낮은 것도 일반적이었다. 요즘 대형마트에는 포장단위가 크다 보니 한두 개만 필요한데 묶음 포장이라 구매하기기 애매한 경험을 다들 해봤을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더 작은 소매점이나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할 수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 음반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그런 선택권은 차단된 것이다.


 예를 들면, 1995년 김건모 3집의 판매량이 200만 장을 넘긴다. 우리나라의 음반 시장 규모로서는 경이적이고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의 총가구수로 따져본다면 대략 6~7가구당 한 가구는 김건모의 앨범을 샀던 것이다. 거기에는 뚜렷한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다. 바로 '잘못된 만남'이다. 천만 관객이 모인다는 영화에는 평소 극장을 찾지 않던 부모님 세대들도 극장을 한 번씩 가시는 것처럼, 평소 음반을 구매하지 않던 엄청난 사람들이 김건모 3집을 구매한 것이다. 그분들의 대다수는 '잘못된 만남'을 듣기 위해 그 앨범을 샀고, 그 음반에 어떤 다른 노래가 있는지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200만의 구매자 중 대다수가 '잘못된 만남'을 위해 대략 5,000~10,000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한곡을 위해 앨범을 사야 하는 이런 일은 나에게도 너무나 흔한 일이었다.

‘잘못된 만남’이 수록된 김건모 3집(1995년 발매)

‘우린 앨범 위주의 음악시장이라 그 정도는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한다'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지만, 싱글 음반을 외면한 생산자들의 강매와 횡포였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었다.

이전 08화 완벽한 생산자의 시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